(1)   도서관의 컴퓨터에 서체프로그램이 설치된 사실은 인정되나, 실제 이를 설치한 행위자조차 특정되지 않고 있는 등 이 사건 서체프로그램이 설치된 경위에 대해 전혀 확인된바 없다. 원고의 홈페이지에서 허락을 받은 경우 서체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자료실에 무료 프로그램으로 등록되어 무료로 배포된 적도 있었으므로, 피용자가 위와 같은 방법을 통하여 이 사건 서체프로그램을 적법하게 설치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   원고는, 무료 사용을 허락받았다고 하더라도 무료 사용 조건을 위반하여 사용한 것으로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복제를 허락받은 사용자가 원고와 정한 프로그램의 사용 방법이나 조건을 위반하였다고 하더라도 저작재산권자의 복제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7. 11. 23. 선고 20151017, 1024, 1031, 1048 판결).

 

(3)   설령 피고의 피용자가 이 사건 서체프로그램을 무단으로 복제하여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서체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은 저작권법 제35조의5에 의하여 허용되는 행위라고 봄이 타당하다.

 

A.      저작권법 제35조의5 1항은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B.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같은 조 제2항은 이용의 목적 및 성격,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 중요성, 저작물의 이용이 그 저작물의 현재 시장 또는 가치나 잠재적인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도록 정하고 있다.

 

C.      서체 사용은 저작권법 제35조의5에서 정한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에 해당하여 저작재산권 제한규정에 의하여 허용되는 적법한 사용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D.     서체가 사용된 이 사건 홍보물 제작은, 기증도서 교환,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점자교육 등 공익적 목적을 갖는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제작된 것으로, 이 사건 서체의 사용은 비영리적·비상업적으로 이루어졌다.

 

E.      홍보물은 도서관이 주최하는 각종 프로그램의 일정, 참가 대상, 참가신청 방법 및 내용 등 중요내용을 안내하려는 목적으로 제작되었고, 서체는 홍보물의 제목, 내용 중 일부분에 사용되었으나, 홍보물은 1~2쪽 짜리 분량에 불과하다.

 

F.      도서관에서는 홍보물을 여러 차례 제작한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홍보물의 내용상 게시 기간 또한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의하면 도서관에서 서체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홍보물을 제작하고 이를 게시한 행위로 인해 서체프로그램의 현재 시장 또는 가치나 잠재적인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거나 미미하다고 보인다.

 

G.      서체프로그램에는 이 사건 서체 이외에 수십 개의 서체가 포함되어 있는데, 피고가 이 사건 서체 이외에 이 사건 서체프로그램 전체를 무단으로 복제하여 사용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첨부: 서울북부지방법원 2023. 9. 22. 선고 202243673 판결

서울북부지방법원 2023. 9. 22. 선고 2022나43673 판결.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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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SAN_공공도서관 홍보물에 폰트파일 무단사용 – 비상업적 공정사용 인정, 저작권침해 부정 서울북부지방법원 2023. 9. 22. 선고 2022나43673 판결.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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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시 : 2024. 4. 17. 11:36
:

1.    행정소송 중 항고소송의 대상 행정처분성 판단기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청의 처분이라 함은 원칙적으로 행정청의 공법상의 행위로서 특정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률상의 효과를 직접 발생하게 하는 등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관계가 있는 행위를 말하므로, 상대방 또는 관계자들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는 행위는 그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7. 10. 26. 선고 20057853 판결 등 참조).

 

피고는 원고에 게 이 사건 통지를 통하여 대등한 당사자 사이의 공법상 계약인 이 사건 협약에 따라 사업비를 정산함으로써 산정된 이 사건 정산금을 반환하라고 최고한 것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통지는 피고가 우월한 지위에서 행하는 공권력의 행사인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통지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는 그 대상적격을 결하여 부적법하다. (서울행정법원 2021. 6. 1. 선고 2020구합2653 판결)

 

2.    국가연구개발과제, 특별평가 중단(불성실) 결정, 이의신청 기각결정 - 행정소송 대상 아님, 소각하 판결: 서울행정법원 2023. 5. 4. 선고 2021구합68971 판결

 

(1)   운영요령 제28조 제3항은연차평가, 단계평가 또는 특별평가 결과가 중단(성실, 불성실)’으로 확정된 과제는 평가결과의 확정 통보로써 협약 해약의 통지를 갈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이 사건 협약 제10조 제1항은 전담기관이 주관기관 및 참여기관과 협약을 해약할 수 있는 사유를 규정하면서 같은 조 제3항에서 협약해약’의 효과로귀책사유에 따라 주관기관 또는 참여기관에게 참여제한 및 환수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14조 제1항은 문제과제에 대한 제재조치로서 평가결과에 따라 중단 또는 불성실수행으로 결정된 경우 등참여제한 조치를 할 수 있는 사유를 별도로 나열하고 있다.

 

(2)   이 사건 협약 및 이 사건 운영요령의 규정 내용을 종합하면, 이 사건 불성실결정 자체는 이 사건 과제에 대하여 실시된 평가결과로서 산업기술혁신법에 따른 참여제한처분 및 환수처분의 근거가 되는 것일 뿐, 해당 결정만으로 원고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변동이 초래된다고 볼 수 없다.

 

(3)   또한 특정 국가연구개발과제 입찰 공고의 내용에 따라 중단(불성실) 결정을 받은 과제 경력이 있는 경우 새로운 과제 선정에 있어 감점을 당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해당 공고에서 정한 바에 따른 것일 뿐 이를 이 사건 불성실결정 그 자체의 법적 효과라고 볼 수 없다.

 

(4)   아울러 앞서 본 이 사건 운영요령에 따른 협약 해약의 효과는 공법상계약인 이 사건 협약에 미치는 것으로서 이에 따른 협약 효력의 행방을 다투는 것은 당사자소송에 의하여야 하고 이를 처분으로 보아 항고소송으로 다툴 수는 없다.

 

(5)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은 행정청의 공법상 행위로서 특정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률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관계가 있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고, 상대방 또는 기타 관계자들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아니다(대법원 2002. 5. 17. 선고 200110578 판결 등 참조).

 

(6)   결국 이 사건 불성실결정은 관념인 평가결과의 통지에 불과하여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 (서울행정법원 2023. 5. 4. 선고 2021구합68971 판결)

KASAN_행정처분에 대한 불복소송, 항고소송, 취소소송 대상 판단기준 – 평가결과, 의견, 해석, 견해, 입장 표명은 항고소송 대상 아님.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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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시 : 2024. 4. 16. 16:40
:

1.    사안의 개요 

 

(1)   공급기업 – 78개 과제 수주, 공급기업에서 도입기업에게 부담금 환급 페이백 담합행위 (마이너스 계산서 발행)

 

(2)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 제재조치위원회 결정 공급기업에 대한 78과제의 정부지원 사업비 전액 약 32억원 환수 + 참여제한 234(= 3 x 78) 통지

 

 

(3)   공급기업에서 위 제재조치 통지의 위법 주장 및 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 제기

 

2.    쟁점 행정소송 대상인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 행정소송 중 당사자소송 대상인지, 아니면 민사소송 대상인지 여부

 

3.    서울행정법원 판결 요지 행정처분성 부정, 행정소송 중 항고소송 대상 부정, 취소소송 청구는 부적법, 각하 판결 

 

(1)   이 사건 협약(스마트공장 MES 구축과제 협약)은 공법상 대등한 당사자 사이의 의사표시의 합치로 성립하는 공법상 계약에 해당하고,

 

(1)   이 사건 통보는 공법상 계약에 따라 행정청이 대등한 당사자의 지위에서 하는 의사표시일 뿐, 이를 두고 행정청이 우월한 지위에서 행하는 공권력의 행사로서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2)   따라서 이 사건 통보가 행정처분임을 전제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

 

(3)   판단기준 법리 - 행정청이 자신과 상대방 사이의 법률관계를 일방적인 의사표시로 종료시켰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의사표시가 행정청으로서 공권력을 행사하여 행하는 행정처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관계 법령이 상대방의 법률관계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에 따라 의사표시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공법상 계약관계의 일방 당사자로서 대등한 지위에서 행하는 의사표시인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541449 판결 참조).

 

(4)   이 사건 사업이나 그 사업 참여제한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며, 기술혁신사업 및 산학협력 지원사업에 관하여 참여제한을 규정하고 있는 위 중소기업기술혁신법 제31조 제1항이 이 사건 사업에 적용 또는 유추적용 된다고 볼 수도 없다. 사업추진단에서 이 사건 협약 제13조 등에 따라 이 사건 사업에 대한 참여제한과 지급된 정부지원금을 반환할 것을 통보한 경우 그 효과는 전적으로 이 사건 각 협약이 정한 바에 따라 정해질 뿐, 달리 이 사건 각 협약이나 이 사건 사업에 대한 참여제한 및 환수통보에 관하여 구체적인 법령상 근거가 없다.

 

(5)   이 사건 각 협약에는 관리지침 제35, 38조의 규정에 의한 사업비 환수 및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명시(18조 제2)하여 이를 이 사건 각 협약 내용으로 하였다. 해당 규정에 협약 해약과 제재에 관한 조항이 있으나, 이는 중소기업벤처기업부의 내부규정에 불과하여 대외적 구속력이 없다.

 

(6)   또한 이 사건 통보는 그 명의가 사업추진단장 명의로 기재되어 있으나, 추진단은 피고 기정원의 내부 부설기관에 불과하고 그 추진단장은 행정처분을 할 수 있는 행정청[행정에 관한 의사를 결정하여 표시하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기관, 그 밖에 법령 또는 자치법규에 의하여 행정권한을 가지고 있거나 위임 또는 위탁받은 공공단체나 그 기관 또는 그 사인(행정절차법 제2조 제1)]에 해당하지 않는다.

 

(7)   원고들은 이 사건은 공공재정 부정청구 금지 및 부정이익 환수 등에 관한 법률(이하공공재정환수법이라 한다)이 적용되어 이 사건 통보의정부지원금 환수 부분에 관하여 추가로 제재부가금이 부과·징수될 수 있고, 환수금과 제재부과금 등을 반환 또는 납부하지 않는 경우 국세체납의 예에 따라 징수될 수 있어 이 사건 통보는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관계있는 행위를 개념징표로 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 회사가 이 사건 각 협약, 즉 공법상 계약관계에 근거하여 정부지원금을 받았고, 이 사건 통보 역시 이 사건 각 협약에 근거한 조치인바, 이는 공공재정환수법 제4조 제4호의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및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사항과 그에 준하는 계약관계에 해당하는 사항에 해당하여 공공재정환수법 적용이 제외된다.

 

(8)   또한, 피고 기정원은 정부지원금을 반환받기 위하여 원고 회사를 상대로 채권가압류 등 민사상의 보전처분을 진행하고 사업비반환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사법상 채권만을 행사하고 있고, 피고 진흥원은 공공재정환수법에 따른 강제징수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없으며, 이 사건 통보가 행정처분임을 전제로 한 집행이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통보의 정부지원금 환수 부분에 관하여 공공재정환수법이 적용된다는 전제에 선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첨부: 서울행정법원 2023. 10. 12. 선고 2022구합55668 판결

서울행정법원_2022구합55668_판결서.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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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SAN_스마트팩토리, 스마트공장, MES 구축사업 제재조치 법적근거, 분쟁사안 행정소송 중 항고소송 부적법 판결 서울행정법원 2023. 10. 12. 선고 2022구합55668 판결.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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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시 : 2024. 4. 16. 09:26
:

(1)   환경부 제재처분: 속눈썹 접착제의 화학제품안전법 위반 사유로 제조금지, 판매금지, 회수명령 처분

 

(2)   서울행정법원 판결요지: 판매금지 통지의 취소청구는 부적법, 각하 판결 + 나머지 청구 기각 판결

 

(3)   취소청구 대상 판단기준: 항고소송의 대상인 행정처분이란, 행정청의 공법상의 행위로서 특정 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률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 국민의 권리의무와 직접 관계있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고, 행정권 내부의 행위나 알선ㆍ권유ㆍ사실상 통지 등과 같이 상대방이나 기타 관계자들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 법률적 변동을 일으키지 아니하는 행위 등은 항고소송의 대상인 행정처분이 아니다(대법원 1996. 3. 22. 선고 96433 판결 등 참조)

 

(4)   화학제품안전법에 따르면, 안전기준이 고시된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을 제조 또는 수입하려는 자는 지정을 받은 시험ㆍ검사기관으로부터 해당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이 안전기준에 적합한지 확인을 받아야 하고(10조 제1), 그 확인을 받은 자는 제품정보ㆍ성분 및 함량 등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환경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하며(10조 제4),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을 제조하거나 수입하여 국내에 판매 또는 유통시키려는 자는 제품 겉면 또는 포장에 위와 같이 신고한 사항 등의 일정한 사항들을 표시하여야 한다(10조 제8).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을 제조하는 자가 제10조 제1항에 따른 확인을 받은 내용과 다르게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을 제조하거나, 10조 제4항에 따른 신고를 하지 않거나 제10조 제8항에 따른 표시기준을 위반하여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을 제조한 경우에는 환경부장관이 해당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의 제조 금지를 명할 수 있고(11조 제1항 제2, 4, 6),

 

(5)   누구든지 이에 따라 제조가 금지된 생활화학제품을 판매하여서는 아니 되며(35조 제1항 제1호 가목, 다목, 라목), 나아가 환경부장관은 위 판매가 금지된 생활화학제품의 회수, 폐기 등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37조 제1항 제1).

 

(6)   이처럼 화학제품안전법 제35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판매금지의무는 법률의 규정에 따라 직접 발생하므로, 피고의 판매금지 통지로 인하여 비로소 원고에게 제품의 판매금지의무가 발생하는 등 원고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변동이 일어난다고 볼 수 없는 바,

 

(7)   위 판매금지 통지는 원고에게 화학제품안전법 제35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제품을 판매할 수 없음을 알려주는 단순한 사실의 통지에 불과하여 이를 항고소송의 대상인 행정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

 

(8)   따라서 이 사건 소 중 판매금지 통지의 취소를 청구하는 부분은 부적법하다. 판매금지 의무는 화학제품안전법 제11조 제1항에 따른 제조금지 처분에 따라 발생하는 것이므로, 원고로서는 위 제조금지 처분을 다투어 취소시킴으로써 화학제품안전법 제35조 제1항에 따른 판매금지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KASAN_행정소송의 실무적 난관 – 항고소송, 제재처분 취소청구 소송의 대상 판단 서울행정법원 2024. 3. 28. 선고 2022구합75402 판결.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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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시 : 2024. 4. 16. 08:54
:

계약체결을 목표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였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사업관계가 파탄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투입한 당사자는 상대방으로부터 아무것도 받지 못하고 그 손해를 온전히 감수한다고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무엇이든 손해를 회복할 방안은 없는지 권리구제수단을 문의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 관한 법리와 사례를 간략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계약상 책임 여부

 

계약자유의 원칙상 각 당사자는 그 의사에 따라 계약을 체결하거나 하지 않을 자유가 있습니다. 계약 과정에서 각자의 책임으로 관련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계약이 성립된 경우에만 비로소 계약상 책임이 발생합니다.

 

계약은 당사자 의사합치로 성립되는 것이므로 계약서 작성이나 서명, 날인 등은 성립요건이 아닙니다. 다만, 계약하겠다는 정도의 단순한 의사표시만으로는 계약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그 계약의 본질적 요소에 대한 당사자들 의사합치가 있어야만 합니다.

 

한편, 모든 요소에 대한 완전한 합의가 없었다고 해도 항상 계약이 불성립한 것은 아닙니다. 계약의 본질적 부분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즉 합의되지 않은 부분이 계약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라면, 합의된 부분만으로도 계약을 체결하였을 것이 인정되는 때에는 합의된 부분만으로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봅니다.

 

분쟁사례로 대법원 2001. 6. 15. 선고 9940418 판결을 살펴보면, 공사도급계약에서 견적서, 이행각서, 계약보증서까지 제공하였더라도 정식 계약서를 날인하기 전에,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 계약성립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견적서는 계약 체결전 도급금액을 정하기 위한 준비행위의 성격을 가진다. 견적서를 채택하여 도급금액을 일단 정한 후 나머지 계약조건에 대하여도 합의를 하여 하도급계약을 최종적으로 완성하기로 한 것이다. 당사자들은 청약, 청약의 거절, 변경을 가한 승낙, 새로운 청약만을 교환하였을 뿐 의사의 합치는 없었다. 제출한 이행각서는 하도급계약이 성립할 경우에 이행을 하겠다는 것이고, 계약보증서도 장차 성립할 하도급계약의 이행을 담보하려는 취지에서 교부한 것에 불과하다."

 

계약이 성립되지 않았으므로 계약상 책임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일방 당사자가 이미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였다고 해도 상대방에게 계약상 책임을 물을 수는 없습니다.

 

2.    불법행위 책임

 

계약협상 후 계약체결을 거절할 수 있지만 예외적으로 그 과정에서 불법행위 성립이 인정되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153059 판결은 어느 일방이 교섭단계에서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를 부여하여 상대방이 그 신뢰에 따라 행동하였음에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의 체결을 거부하여 손해를 입혔다면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계약자유 원칙의 한계를 넘는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결하였습니다. 대법원 2001. 6. 15. 선고 9940418 판결도 계약상 책임은 부인하면서도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위 대법원 판결을 자세하게 분설하면, (1) 계약 협상의 한쪽 당사자("")가 상대방 당사자("")에게 교섭단계에서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를 부여하였고, (2) 그 상대방 당사자("")가 그와 같은 신뢰에 따라 구체적인 준비작업 등 행동을 취하였는데 불구하고, (3) 최초 신뢰를 부여한 ""이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의 체결을 거부함으로써, (4) 결국 ""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한 불법행위를 범하였으므로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는 것입니다.

 

어느 일방이 교섭단계에서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를 부여하여 상대방이 그 신뢰에 따라 행동하였음에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의 체결을 거부하여 손해를 입혔다면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계약자유 원칙의 한계를 넘는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계약자유의 원칙에 대한 예외적 책임이므로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적용합니다.

 

3.     손해배상의 범위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도 그 범위는 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할 것으로 기대한 상대방이 투입하여 신뢰이익의 배상으로 한정됩니다. 즉 그러한 신뢰가 없었더라면 통상 지출하지 아니하였을 비용에 대하여만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계약 협상과정에서 통상 들어가는 비용, 즉 계약 체결여부와 무관하게 들어가는 비용까지 ""에게 책임을 물을 수 는 없습니다.

 

실제 사안에서 본다면, 손해배상범위는 계약성립을 믿고 지출된 특별한 손해에 한정되므로, 일반적으로 그 액수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예외적으로 큰 액수의 손해발생을 주장하는 경우 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당사자가 특별한 사정의 존재를 주장 입증해야만 합니다.

 

4.     실무적 포인트  

 

계약교섭의 일방은 벤처, 오퍼상, 소규모 사업자, 소기업이고 상대방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으로서 일방이 압도적 우위에 있는 경우에도 항상 계약자유의 원칙만을 강조한다면 현실과 동떨어진 공허한 소리에 가깝습니다. 계약자유의 원칙을 악용하여 상대방에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결과를 쉽게 얻고 난 후 정식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방식으로 부당한 이익을 얻고 상대방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사례도 많습니다. 계약서를 체결하기 전 상황에서 계약성립 인정 + 계약상 책임을 묻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실무적으로 불법행위 책임을 묻는 것이 피해구제를 받는 유일한 방안입니다. 그러나 그것도 계약자유의 원칙에 대한 예외적 책임이므로 실무상 매우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허용됩니다. 현실적으로 권리구제에 성공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고 다른 대안도 없습니다. 불법행위 성립요건을 엄밀하고 정확하게 검토하고 신중한 소송전략으로 대응해야만 원하는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로 상대방에게 비난할만한 사정이 있다고 해도 우리나라 손해배상 법리상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계약성립을 신뢰하여 지출한 비용이나 그로 인한 손해범위로 그치고 계약성립 및 이행을 가정한 이행이익을 넘지 못합니다.

KASAN_계약체결 전 상당한 투자 BUT 파탄 - 계약성립 불인정 상황에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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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시 : 2024. 4. 1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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