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역학적 인과관계와 입증범위

역학이란 집단현상으로서의 질병의 발생, 분포, 소멸 등과 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여러 자연적·사회적 요인과의 상관관계를 통계적 방법으로 규명하고 그에 의하여 질병의 발생을 방지·감소시키는 방법을 발견하려는 학문이다. 역학은 집단현상으로서의 질병에 관한 원인을 조사하여 규명하는 것이고 그 집단에 소속된 개인이 걸린 질병의 원인을 판명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어느 위험인자와 어느 질병 사이에 역학적으로 상관관계가 있다고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로부터 그 집단에 속한 개인이 걸린 질병의 원인이 무엇인지가 판명되는 것은 아니고, 다만 어느 위험인자에 노출된 집단의 질병 발생률이 그 위험인자에 노출되지 않은 다른 일반 집단의 질병 발생률보다 높은 경우 그 높은 비율의 정도에 따라 그 집단에 속한 개인이 걸린 질병이 그 위험인자로 인하여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추론할 수 있을 뿐이다.

 

2. 비특이성 질환에 대한 역학적 상관관계 vs 법적 인과관계 입증의 구별

특정 병인에 의하여 발생하고 원인과 결과가 명확히 대응하는 특이성 질환과 달리, 이른바 비특이성 질환은 그 발생 원인 및 기전이 복잡다기하고, 유전·체질 등의 선천적 요인, 음주, 흡연, 연령, 식생활습관, 직업적·환경적 요인 등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러한 비특이성 질환의 경우에는 특정 위험인자와 그 비특이성 질환 사이에 역학적으로 상관관계가 있음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 위험인자에 노출된 개인 또는 집단이 그 외의 다른 위험인자에도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항시 존재하는 이상, 그 역학적 상관관계는 그 위험인자에 노출되면 그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거나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데 그칠 뿐, 그로부터 그 질병에 걸린 원인이 그 위험인자라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비특이성 질환의 경우에는 특정 위험인자와 비특이성 질환 사이에 역학적 상관관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어느 개인이 그 위험인자에 노출되었다는 사실과 그 비특이성 질환에 걸렸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만으로 양자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개연성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이러한 경우에는 그 위험 인자에 노출된 집단과 노출되지 않은 다른 일반 집단을 대조하여 역학조사를 한 결과 (1) 그 위험인자에 노출된 집단에서 그 비특이성 질환에 걸린 비율이 그 위험인자에 노출되지 않은 집단에서 그 비특이성 질환에 걸린 비율을 상당히 초과한다는 점을 증명하고, (2) 그 집단에 속한 개인이 위험인자에 노출된 시기와 노출 정도, 발병시기, 그 위험인자에 노출되기 전의 건강상태, 생활습관, 질병 상태의 변화, 가족력 등을 추가로 증명하는 등으로 그 위험인자에 의하여 그 비특이성 질환이 유발되었을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여야 한다.

 

대부분의 관련 선정자들이 걸린 당뇨병 등 이 사건 비특이성질환은 고엽제에 포함된 TCDD 노출에 의하여만 생기는 특이성 질환이 아니라, 다른 여러 선천적·후천적 요인들에 의하여 생길 수 있는 질환이다.

 

보고서는 고엽제 노출과 이 사건 비특이성 질환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점, 즉 고엽제 노출과 이 사건 비특이성 질환의 발병 위험의 증가 사이에 통계학적 연관성(statistical association)이 있다는 점만을 나타낼 뿐, 양자 사이에 인과관계(causation)가 존재함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나아가 여기서 말하는 통계학적 연관성은 일반적인 인구군에서 고엽제 노출과 그 결과 사이의 연관성을 나타내는 것일 뿐, 어느 개인이 걸린 질환이 고엽제 노출과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나 고엽제 노출로 인하여 유발될 가능성이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단지 고엽제 노출과 이 사건 비특이성 질환 사이에 통계학적 연관성이 있다는 사정과 베트남전에 참전하였던 관련 선정자들이 이 사건 비특이성 질환에 걸렸다는 사정만으로는 관련 선정자들 개개인의 이 사건 비특이성 질환이 베트남전 당시 살포된 고엽제에 노출됨으로 인하여 생긴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개연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KASAN_[제조물책임] 제조물책임 피해자의 입증책임 - 일반적 역학적 인과관계 및 비특이성 질환의 경우 인과관계 입증정도 대법원 2013. 7. 12. 선고 2006다17553 판결 요지.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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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시 : 2018. 8. 3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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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본법리 일반적, 역학적 인과관계 요건

유해물질로 인하여 건강상 피해가 발생한 경우 유해물질과 피해자에게 발생한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우선 일반적으로 인체가 당해 유해물질에 노출 될 경우 문제 된 질병이 야기될 수 있다는 일반적 인과관계가 증명되어야 하고(이러한 사정이 부인된다면 피해자가 그 유해물질에 노출되었다 하더라도 당해 질병이 발생할 여지가 없다.), 이를 전제로 나아가 피해자가 당해 유해물질에 노출된 후 그 질병이 발생하였다는 개별적 인과관계까지 입증되어야 한다.

 

2. 피해자의 입증책임 완화 법리

유해물질로 인한 질병 발생이 집단적 병리현상으로서 문제되고, 임상의학 또는 병리학적으로 당해 유해물질이 문제된 질병의 원인이 되는지 여부와 당해 유해물질로 인한 발병의 기전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나아가 개개 피해자가 당해 유해물질에 노출되었는지 여부나 그 노출 정도를 입증할 과학적 방법조차 확립되지 않은 경우에는, 환경침해소송에서의 인과관계 입증에 관한 법리에 의하더라도 그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인간을 집단적으로 관찰하여 당해 유해물질과 그 질병 발생 사이에 역학적으로 인과관계가 있음을 밝히고, 이러한 역학적 인과관계에 기초하여 개개 피해자에게 당해 유해물질이 도달한 후 당해 질병이 발생한 사실로부터 개개 피해자의 질병이 당해 유해물질의 노출로 인하여 발생하였을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할 수 있고, 이로써 그 인과관계가 일응 증명되었다고 할 것이다.

 

3. 역학적 인과관계 입증

유해물질에의 노출로 인한 환경침해사건 중 이 사건과 같이 인간의 건강피해에 관한 사건의 경우에는 그 노출과 피해에 관한 직접적인 실험이 불가능하므로 역학적인 방법에 의하여 일반적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바, 역학조사 결과 특정의 유해물질(인자)이 발병의 일정기간 전에 작용 또는 존재한 것이고, 유해물질과 발병률 사이에 용량반응의 관계가 존재하며, 그 유해물질의 분포소장이 이미 관찰된 유형의 특성과 모순 없이 설명되고, 그 유해물질이 질병의 원인으로서 작용하는 과정이 생물학적으로 모순 없이 설명된다면 유해물질과 건강피해 사이의 통계적 연관성이 인정되는 것이고, 역학적으로 통계적 관련성이 인정되면 법률적으로 역학적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한편, 역학조사 결과 등이 위와 같은 역학의 네 가지 요건을 전부 갖추고 있지 않아 역학적으로 통계적 연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법원은 역학적 고려나 법률적인 관점에서 법률적으로 역학적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역학적 인과관계론을 토대로, 미국 국립과학원 보고서, 미국 환경보호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보고서(EPA 보고서), 대학교 연구팀의 예비적 역학조사 및 역학조사보고서 등의 내용을 종합하면, TCDD와 이 사건 참전자들이 보유한 각 질병 사이에는 일반적 인과관계가 충분히 인정된다.

 

4. 개별적 인과관계 입증책임 완화 법리

일반적으로 환경침해사건에 있어서 유해물질은 대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신체에 흡수되기 때문에 그 현실적인 흡수과정을 입증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개개 피해자가 유해물질에 노출됨으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였다는 개별적 인과관계는 피해자들이 거주 또는 활동하는 지역에 유해물질이 도달한 사실을 입증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더 나아가 당해 유해물질이 현실적으로 언제, 어디에서, 얼마만큼, 어떠한 방법으로 피해자의 신체에 흡수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입증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가해자가 유해물질을 배출한 사실, 유해물질이 피해자가 거주 또는 활동하는 지역에 도달한 사실, 그 후 피해자에게 유해물질로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이 발생한 사실이 입증되면 피해자의 질병은 가해자의 유해물질 배출행위로 인하여 발생하였을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일응 그 개별적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5. 고엽제 사안의 구체적 판단

피해자들이 미국 정부에 제조·공급하여 베트남전에서 살포된 고엽제에 인체에 유해한 수준의 TCDD가 포함되어 있었고, 그 고엽제의 90%가 이 사건 참전자들이 복무한 대한민국군의 작전지역에 살포되었으며, 그 후 이 사건 참전자들에게 TCDD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질병들이 발생하였음은 이 사건에 제출된 각 증거에 의하여 충분히 입증된다. 특히, 미국의 참전군인들이 호흡기관이나 피부를 통하여서만 고엽제에 노출된 반면, 대한민국의 참전군인들은 베트남 현지에서 고엽제가 살포된 지표수를 식수로 사용하고 현지에서 생산되어 TCDD로 오염된 쌀과 야채, 과일 등을 섭취하는 등 소화기관을 통하여서도 고엽제에 노출됨으로써, 미국의 참전군인들보다 많은 양의 TCDD에 노출되었다. 이러한 사실들에 의하면, 이 사건 참전자들이 보유한 질병들은 베트남전에서 고엽제에 함유된 유해물질인 TCDD에 노출됨으로 인하여 발생하였을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그 개별적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KASAN_[제조물책임] 제조물책임 피해자의 입증책임 및 정도, 인과관계 입증방법 일반적 역학적 인과관계 및 개별적, 구체적 인과관계 입증 서울고등법원 2006. 1. 26. 선고 2002나32662 판결.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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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시 : 2018. 8. 3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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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조물책임에 관한 기본사항

물품을 제조·판매하는 제조업자는 그 제품의 구조·품질·성능 등에 있어서 그 유통 당시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춘 제품을 제조·판매하여야 할 책임이 있고, 이러한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으로 인하여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한다.

 

제조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당해 제조물에 의하여 발생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제조물이 안전하지 않게 된 경우 그 제조물의 설계상의 결함을 인정할 수 있는데, 그러한 결함의 인정 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상대적 장단점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제조자가 합리적인 설명·지시·경고 기타의 표시를 하였더라면 당해 제조물에 의하여 발생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표시상의 결함에 의한 제조물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데, 그러한 결함의 유무는 제조물의 특성, 통상 사용되는 사용형태,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및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2. 소비자의 제조물 결함에 대한 입증책임

제조물책임에 있어서의 제조물의 결함은 제조자가 제품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그 공급 당시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것을 의미하므로, 이러한 결함의 개념을 전제로 한 제조물 책임은 과실 책임으로 볼 수 있다(이러한 점에서, 당해 제조물에 제조, 설계 또는 표시상의 결함 기타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경우 위와 같은 결함 발생에 대한 제조자의 고의, 과실 여부를 불문하고 그러한 결함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제조자는 그 결함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제조물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는 취지의 원고들 주장은 이유 없다).

 

따라서 원고들은 피고들에 대하여 고엽제의 결함을 원인으로 한 제조물책임을 묻기 위하여, 피고들이 고엽제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 그 공급 당시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점, 피고들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고엽제에 결함이 존재한다는 점을 입증하여야 할 것 이다.

 

3. 제조물의 결함에 대한 입증의 방법 및 정도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어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의 결함을 이유로 그 제조업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경우 그 제품의 생산과정은 전문가인 제조업자만이 알 수 있어서 그 제품에 어떠한 결함이 존재하였는지, 그 결함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인지 여부는 일반인으로서는 밝힐 수 없는 특수성이 있어서 소비자측이 제품의 결함 및 그 결함과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의 인과관계를 과학적·기술적으로 입증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우므로

 

그 제품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소비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하였다는 점과 그 사고가 어떤 자의 과실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는 사정을 증명하면,

 

제조업자측에서 그 사고가 제품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임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그 제품에 결함이 존재하며 그 결함으로 말미암아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다.

 

4. 고엽제 사안의 경우 구체적 판단

원고들은 피고들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고엽제에 결함이 존재한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고엽제가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어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이라는 점, 고엽제가 정상적으로, 즉 통상의 용법에 따라 합리적으로 사용되었다는 점, 고엽제의 사용과 관련하여 이 사건 참전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한 점, 위 사고가 제조업자인 피고들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한 것인 점, 위 사고가 어떤 자의 과실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증명하면, 고엽제에 결함이 존재하고, 이러한 결함으로 말미암아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할 것이다.

 

KASAN_[제조물책임] 제조물책임의 법리에 관한 기본사항, 피해자의 입증책임 및 정도, 입증방법, 구체적 판시내용 – 고엽제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6. 1. 26. 선고 2002나32662 판결.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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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시 : 2018. 8. 3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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