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물책임] 제조물책임 피해자의 입증책임 - 일반적 역학적 인과관계 및 비특이성 질환의 경우 인과관계 입증정도: 대법원 2013. 7. 12. 선고 2006다17553 판결 요지
1. 역학적 인과관계와 입증범위
역학이란 집단현상으로서의 질병의 발생, 분포, 소멸 등과 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여러 자연적·사회적 요인과의 상관관계를 통계적 방법으로 규명하고 그에 의하여 질병의 발생을 방지·감소시키는 방법을 발견하려는 학문이다. 역학은 집단현상으로서의 질병에 관한 원인을 조사하여 규명하는 것이고 그 집단에 소속된 개인이 걸린 질병의 원인을 판명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어느 위험인자와 어느 질병 사이에 역학적으로 상관관계가 있다고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로부터 그 집단에 속한 개인이 걸린 질병의 원인이 무엇인지가 판명되는 것은 아니고, 다만 어느 위험인자에 노출된 집단의 질병 발생률이 그 위험인자에 노출되지 않은 다른 일반 집단의 질병 발생률보다 높은 경우 그 높은 비율의 정도에 따라 그 집단에 속한 개인이 걸린 질병이 그 위험인자로 인하여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추론할 수 있을 뿐이다.
2. 비특이성 질환에 대한 역학적 상관관계 vs 법적 인과관계 입증의 구별
특정 병인에 의하여 발생하고 원인과 결과가 명확히 대응하는 ‘특이성 질환’과 달리, 이른바 ‘비특이성 질환’은 그 발생 원인 및 기전이 복잡다기하고, 유전·체질 등의 선천적 요인, 음주, 흡연, 연령, 식생활습관, 직업적·환경적 요인 등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러한 비특이성 질환의 경우에는 특정 위험인자와 그 비특이성 질환 사이에 역학적으로 상관관계가 있음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 위험인자에 노출된 개인 또는 집단이 그 외의 다른 위험인자에도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항시 존재하는 이상, 그 역학적 상관관계는 그 위험인자에 노출되면 그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거나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데 그칠 뿐, 그로부터 그 질병에 걸린 원인이 그 위험인자라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비특이성 질환의 경우에는 특정 위험인자와 비특이성 질환 사이에 역학적 상관관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어느 개인이 그 위험인자에 노출되었다는 사실과 그 비특이성 질환에 걸렸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만으로 양자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개연성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이러한 경우에는 그 위험 인자에 노출된 집단과 노출되지 않은 다른 일반 집단을 대조하여 역학조사를 한 결과 (1) 그 위험인자에 노출된 집단에서 그 비특이성 질환에 걸린 비율이 그 위험인자에 노출되지 않은 집단에서 그 비특이성 질환에 걸린 비율을 상당히 초과한다는 점을 증명하고, (2) 그 집단에 속한 개인이 위험인자에 노출된 시기와 노출 정도, 발병시기, 그 위험인자에 노출되기 전의 건강상태, 생활습관, 질병 상태의 변화, 가족력 등을 추가로 증명하는 등으로 그 위험인자에 의하여 그 비특이성 질환이 유발되었을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여야 한다.
대부분의 관련 선정자들이 걸린 당뇨병 등 이 사건 비특이성질환은 고엽제에 포함된 TCDD 노출에 의하여만 생기는 특이성 질환이 아니라, 다른 여러 선천적·후천적 요인들에 의하여 생길 수 있는 질환이다.
보고서는 고엽제 노출과 이 사건 비특이성 질환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점, 즉 고엽제 노출과 이 사건 비특이성 질환의 발병 위험의 증가 사이에 통계학적 연관성(statistical association)이 있다는 점만을 나타낼 뿐, 양자 사이에 인과관계(causation)가 존재함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나아가 여기서 말하는 통계학적 연관성은 일반적인 인구군에서 고엽제 노출과 그 결과 사이의 연관성을 나타내는 것일 뿐, 어느 개인이 걸린 질환이 고엽제 노출과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나 고엽제 노출로 인하여 유발될 가능성이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단지 고엽제 노출과 이 사건 비특이성 질환 사이에 통계학적 연관성이 있다는 사정과 베트남전에 참전하였던 관련 선정자들이 이 사건 비특이성 질환에 걸렸다는 사정만으로는 관련 선정자들 개개인의 이 사건 비특이성 질환이 베트남전 당시 살포된 고엽제에 노출됨으로 인하여 생긴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개연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