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연구개발사업에서 연구개발비 회계부정 관련 형사책임 --

 

국책과제 연구비 회계부정은, 대부분 연구원 인건비를 회수한 후 전용하는 방법과 실험재료, 약품 등 소모품과 기자재를 구매한 것처럼 허위 계산서를 제출하는 방법이 사용됩니다. 잘 알려진 관행이라서 정부부처, 전문기관, 감사원,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도 이와 같은 사항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일단 연구개발비 회계부정으로 적발되면 사후적으로 소명하는 것이 쉽지 않고, 출연금 환수, 국책과제 참여제한, 과징금부과 등 행정적 제재처분뿐만 아니라 형사고발 및 조사를 거처 엄중한 형사처벌을 받게 되고, 또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인사규정에 따라 인사상 징계처분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심각한 결과를 낳기 때문에, 연구비 사용에 관한 철저한 주의, 관리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고, 문제소지가 있다는 통지를 받으면 처음부터 연구용도로 사용된 점 소명과 객관적 입증자료를 제출하는 등 최선을 다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1. 업무상 횡령죄 인정  

 

연구개발비 회계부정은 대부분 업무상 횡령에 해당합니다. 대법원 판결의 "타인으로부터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집행하면서 그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그 사용이 개인적인 목적에서 비롯된 경우는 물론 결과적으로 자금을 위탁한 본인을 위하는 면이 있더라도 그 사용행위 자체로서 불법영득의 의사를 실현한 것이 되어 횡령죄가 성립하는 것이다(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도9755 판결 등 참조)"라는 법리에 따라, 국책과제 연구개발비를 연구용도 외로 사용하면 그 본래 제한된 용도로 사용한 것이 분명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합니다.

 

연구용도 외 사용금액의 합이 5억원을 넘는 경우는, 형법보다 무겁게 가중처벌하는 특경법이 적용되어 더욱 심각합니다. 참고로 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98670 판결을 소개하면, "대학교수 피고인은 연구개발과 무관한 일반 생산자재를 구매하거나 그 물품에 관하여 연구비집행정산 보고를 하였고, 연구비 계좌에서 현금으로 인출하거나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들의 일반 법인계좌로 송금하여 그 운영비, 직원 임금, 판매용 기기제작을 위한 재료비 등으로 사용하기도 한 사실을 인정한 후 피고인에게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하여 업무상 횡령죄로 해당한다고 판결하였습니다.

 

2. 업무상 횡령죄 부정 

 

원칙적으로 연구비 회계규정을 위반한 문제는 있었지만, 실제 연구에 사용된 것으로 소명된 경우에는 횡령죄 책임을 피할 수 있습니다. 어려운 법률용어 "불법영득의사", 즉 사적으로 본인 돈으로 챙겨 간다는 의사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외형적으로 회계부정에 해당하지만 실제 사용내용을 참작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론적으로 간단해 보이지만 실무상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참고자료로 대법원 판결문을 인용합니다. 결국 횡령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타인으로부터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집행하면서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자금을 위탁한 본인을 위하는 면이 있더라도 사용행위 자체로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것이 되어 횡령죄가 성립하겠지만,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할 때에는 피고인이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를 인정하기 어려운 사유를 들어 돈의 행방이나 사용처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고 이에 부합하는 자료도 있다면 달리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함부로 위탁받은 돈을 불법영득의사로 횡령하였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1904 판결 등 참조)."

 

3. 사기죄

 

연구비 회계부정은 사기죄에도 해당할 수 있습니다. 업무상 횡령죄 요건에 딱 맞지 않는 경우에는 사기죄로 처벌할 수도 있습니다. 앞선 블로그에서 8년 동안 연구비 부정 합계 21억원으로 적발된 국립대학 교수를 사기죄로 징역 3년에 처벌한 항소심 판결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참고사례로 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313999 판결 사안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피고인이 연구과제에 참여한 연구보조원(학생연구원)들의 인건비, 장학금 등을 되돌려 받아 참여 연구원이 아닌 다른 대학 교수 등에게 인건비 등 명목으로 부당 지급하는 등 연구비를 횡령하였다’는 취지로 검찰에 고발하였습니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피고인 교수가 등재된 연구원들은 아니지만 실제 연구원들에게 연구관련 인건비로 사용되었다고 소명하자, 대부분의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하여 ‘혐의없음’으로 처리하면서도 최초 학생들을 허위로 연구보조원으로 등재하여 인건비를 받은 행위 자체가 산학협력단에 대한 기망행위에 해당하고 따라서 사기죄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기소하였습니다. 법원은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사기죄 유죄로 판결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연구원으로 허위 등재된 학생들이 연구에 아무런 참여나 기여를 하지 않았는지 등을 좀 더 면밀하게 조사하고 심리했어야 한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습니다.

 

해당 교수가 연구개발비를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은 아니므로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연구원 허위 등재 등 다른 잘못을 이유로 사기죄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사기죄 요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 및 심리가 있어야만 한다는 취지입니다.

 

작성일시 : 2015.10.2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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