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폐암환자(망인) 병상에서 증인 2인, 수증자 원고가 입회한 가운데 예금채권 등 전세보증금 반환채권 등 재산 전부를 원고에게 증여한다는 취지를 구수하였고, 증인 C가 이를 필기한 다음 다시 낭독하였다. 변호사인 증인 H가 유언 과정을 녹화하였는데, 녹화된 영상에 따르면 망인은 병실 침대에 산소호흡기를 낀 채 힘없이 비스듬히 누워 있었고, 왼팔에는 압박용 보조기구를 착용한 상태로 양 손등에 상당한 멍이 든 모습이었으며, 산소호흡기 외에도 다른 의료기기가 망인을 연결한 전선과 함께 주변에 설치되어 있었다. 망인은 숨쉬기 힘든 상태에서 상당히 어눌한 발음으로 피고에 대한 예금채권 관련 계좌번호 등을 겨우 말할 수 있었다. 또한 호흡곤란 및 전반적 신체상태 저하로 유언의 전체 취지를 계속하여 말할 수 없었고, 일부 예금채권이나 전세보증금 반환채권 등은 제3자의 보조를 받아 액수 등의 세부사항을 기억해 내어 표현하는 방식으로 의미를 전달하기도 하였다. 사흘 후 망인 사망함.
(2) 항소심 판결요지: 이 사건 유언장이 작성될 당시 망인은 자신의 재산 상태와 유증의 의미, 상대방 등을 충분히 인지하고 말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이상 녹음에 의한 방식으로 유언을 할 수 없었다고 보기 어려워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고, 영상에는 망인이 연월일을 구술하거나 참여한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과 그 성명을 구술하는 것이 녹음되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어 녹음에 의한 유언으로서도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 판결요지: (1) 판시 영상에 대하여 녹음에 의한 유언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될 수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함. (2) 다만, 민법 제1070조 제1항의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에서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및 비밀증서의 방식에 의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지와 관련하여, 이 사건 유언장이 작성될 당시 망인이 녹음에 의한 방식으로 유언을 할 수 없었다고 보기 어려워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4) 원심은 녹화 영상에서 망인이 자신의 재산 상태와 유증의 의미, 상대방 등을 충분히 인지하고 말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사정을 들어 녹음에 의한 방식으로 유언을 할 수 있었다고 보았다. 그러나 유언의 취지를 증인에게 구수로써 전달하는 방식을 취하는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에서 유언자는 구수 당시 의사능력을 갖춘 상태일 것이 요구되는데(민법 제1063조 제1항 참조), 유언자가 유언의 목적인 재산의 내역 등 유언의 취지에 관한 일부 세부사항을 비교적 명확하게 구수할 수 있었다는 사정은 당시 유언자가 의사능력을 갖추고 유효한 구수를 할 수 있는 상태였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사정에 불과하다.
(5) 구수증서 유언 관련 법리: 민법 제1070조 제1항의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은 질병 기타 급박한 사유로 인하여 민법 제1066조 내지 제1069조에서 정한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및 비밀증서의 방식에 의할 수 없는 경우에 허용되며, 유언자가 2인 이상의 증인의 참여로 그 1인에게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그 구수를 받은 자가 이를 필기낭독하여 유언자의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여야 한다.
(6) 여기서 ‘유언취지의 구수’라 함은 말로써 유언의 내용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을 뜻하므로, 증인이 제3자에 의하여 미리 작성된, 유언의 취지가 적혀 있는 서면에 따라 유언자에게 질문을 하고 유언자가 동작이나 간략한 답변으로 긍정하는 방식은, 유언 당시 유언자의 의사능력이나 유언에 이르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그 서면이 유언자의 진의에 따라 작성되었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1070조의 ‘유언취지의 구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다57899 판결 참조).
(7) 나아가 ‘질병 기타 급박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의 판단에서 유언자의 진의를 존중하기 위하여 유언자의 주관적 입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지만,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및 비밀증서의 방식에 의한 유언이 객관적으로 가능한 경우까지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을 허용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9. 9. 3. 선고 98다17800 판결 참조).
(8) 민법 제1070조 제1항의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에서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및 비밀증서의 방식에 의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에는, 유언자가 처한 ‘질병 기타 급박한 사유’의 구체적인 내용과 함께 유언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 질병의 악화 정도, 거동이나 필기행위의 가능성, 호흡이나 발음기관에 나타난 장애의 정도, 유언자가 주도적으로 유언의 전체적인 내용과 성명, 연월일을 구술할 수 있었는지 여부, 제3자의 도움이 필요하거나 가능하였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첨부: 대법원 2026. 4. 2. 선고 2024다30943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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