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행정기관 피고는 원고의 위반행위종료일로부터 약 14년 9개월이 지난 시점이자, 선행 취소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약 4년 3개월 후에 재처분절차에 착수하여 약 4년 5개월이 지난 시점에서야 비로소 이 사건 재처분을 한 것이었다.
(2) 종전 재량준칙이 마련된 지 약 4년 6개월, 이 사건 재량준칙이 마련된 지 약 1년8개월이 지나서야 이 사건 재처분을 한 것이므로, 이는 직무해태의 결과라고 넉넉히추정할 수 있다. 피고는 자신이 마련한 재량준칙을 즉시 원고에게 적용하여 재처분을 하지 못한 구체적인 사정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피고의 내부적 사정에 불과하며 장기간 권한의 불행사를 정당화할 사유는 되지 못한다.
(3) 선행 취소판결이 확정된 이후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요양급여비용 재환수처분을 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처분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다 뒤늦게 한 이 사건 재처분은 실권의 법리에 의하여 허용될 수 없고 ‘시(時)의 재량’을 일탈․남용한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4) 실권의 법리 관련 법리: 행정기본법 제12조는 ‘행정청은 권한 행사의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권한을 행사하지 아니하여 국민이 그 권한이 행사되지 아니할 것으로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권한을 행사해서는 아니 된다. 다만, 공익 또는 제3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5) 실권 또는 실효의 법리란 본래 권리행사의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리자가 장기간에 걸쳐 그의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의무자인 상대방이 이미 그의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게 되거나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추인케 할 경우에 새삼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신의성실원칙에 반하는 결과가 될 때 그 권리행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며, 법의 일반원리인 신의성실원칙에서 파생된 원칙이기 때문에 공법관계에도 적용된다(대법원 1988. 4. 27. 선고 87누915 판결 참조).
(6) 행정청이 위반행위를 인지하고도 수년이 지난 시점에서 뒤늦게 제재처분을 하였던 사안에서 비록 실권의 법리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해당 제재처분이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례가 다수 있다(대법원 1987. 9. 8. 선고 87누373 판결, 대법원 2016. 7. 22. 선고 2014두36297 판결, 대법원 2016. 7. 29. 선고 2014두1246 판결 참조).
(7) 일반적인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이 권리발생일(불법행위의 경우 불법행위종료일)부터 10년인 점(민법 제162조 제1항), 사기죄의 공소시효가 범죄종료일부터 10년인 점(형법 제347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제3호), 일반적인 제재처분의 제척기간이 위반행위종료일부터 5년, 선행처분의 쟁송취소된 경우 취소일부터 1년(합의제행정청의 경우 2년)인 점(행정기본법 제23조 제1항, 제3항) 등 관련 실정법 규정들의 내용과 취지를 종합하면, 행정청의 귀책사유 없이 전쟁․재난 등으로 행정청의 기능이 장기간 마비되었다거나 또는 행정상대방이 관련 조사․연구․수사․재판 결과를 기다려 본 후 신중히 처분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10년이 경과하였거나 또는 행정청이 행정조사나 관계기관으로부터의 통보 등을 통해 위반행위를 인지한 날부터 1년(합의제행정청의 경우 2년)이 경과한 후 뒤늦게 제재처분을 하는 것은 실권의 법리에 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첨부: 서울행정법원 2026. 2. 12. 선고 2025구합5503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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