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사건 리폼 후 제품은 그 자체가 교환가치를 가지고 독립된 상거래의 목적물이 되는 물품으로서 상표법 제2조 소정의 ‘상품’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리폼 후 제품은 지갑 및 가방으로서 그 자체로 교환가치가 있다. 나아가 이 사건 상표들이 원고 가방 또는 지갑의 출처표시로서 널리 알려져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리폼 후 제품은 상당한 교환가치가 있다. ② 저명한 상표가 표시된 고가의 상품(이른바 ‘명품’)은 리폼한 후에도 중고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리폼 후 제품도 중고시장에서 유통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2) 기존의 상품을 활용하여 새로운 상품을 생산하면서 새로 상표를 제작하여 부착하는 대신 기존 상품의 상표 부분을 새로운 상품에 그대로 사용할 경우(예, 원단에 상표가 표시되어 있는 기존의 가방을 원자재로 활용하여 새로운 가방을 생산하면서 기존 가방의 원단에 표시된 상표 부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 기존의 상표가 새로운 상품의 출처를 표시하는 이상 위 행위는 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1호 (가)목의 ‘상품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3) 낡거나 고장 난 상품을 원자재로 사용하여 원래의 상품과는 다른 새로운 상품을 생산하는 경우 그 신상품에 표시된 상표는 원래의 상품을 생산하거나 판매한 자가 아니라 그 신상품을 생산하거나 판매한 자를 표시한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4) 주문계약에 따라 상품을 생산하거나 가공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등록상표를 무단으로 상품에 표시하여 그 주문자에게 인도한 경우, 그 주문자가 그 등록상표의 보유자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생산자 또는 가공자가 직접 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1호 소정의 상표의 사용이라는 불법행위를 한 것이고 단순히 주문자의 불법행위를 방조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대법원도 주문자 상표 부착방식(이른바 OEM방식)에 의한 수출의 경우 실제 상표를 부착한 생산자가 상표를 사용한 것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1994. 2. 22. 선고 93도3227 판결, 대법원 2001. 4. 24. 선고 98후959 판결 등 참조). 피고는 가공업자라는 신분을 가지고 이 사건 상표들이 표시된 이 사건 리폼 후 제품을 제조한 다음 이 사건 리폼 후 제품을 주문자들에게 인도함으로써 직접 이 사건 상표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하였다.
(5) 소비자는 리폼할 자유가 있으므로 피고의 리폼은 위법하지 않다는 주장 (배척) - 피고는 가공업자라는 신분을 가진 상태에서 자신의 고유한 업무와 관련하여 ① 이 사건 리폼 후 제품의 외부 원단에 이 사건 상표들이 표시되도록 함으로써 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1호 (가)목 소정의 ‘상품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를 하고, ② 이 사건 상표들이 표시된 이 사건 리폼 후 제품을 리폼주문자에게 인도함으로써 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1호 (나)목 소정의 ‘상품의 인도’ 행위를 하였으므로, 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1호 소정의 상표의 사용이라는 불법행위를 직접 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리폼주문자의 행위를 방조한 것이 아니라 직접불법행위자에 해당한다.
(6) 이 사건 리폼의 주문자와 피고 사이의 계약은, 피고가 주문자 소유의 중고 이 사건 리폼 전 제품을 원자재로 이용하여 새로운 가방, 지갑 등을 제작하여 주문자에게 인도하는 일종의 도급계약으로, 그 완성품인 리폼 후 제품의 소유권은 재료의 주요 부분(원단)을 제공한 주문자(중고 가방 소유자)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리폼 후 제품은 상표법상의 상품에 해당하고, 피고는 자신의 영업과 관련하여 출처표시기능을 위하여 이 사건 상표들을 이 사건 리폼 후 제품에 표시하였으며, 피고가 리폼주문자에게 리폼 후 제품의 점유를 이전함으로써 이 사건 상표들을 표시한 상품을 타인에게 인도하였다고 할 것이니, 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1호 (나)목에서 규정하고 있는 ‘인도’ 행위를 한 것이다.
(7) 설령 이 사건 리폼 전 제품에 표시된 이 사건 상표들의 상표권이 소진되었다고 가정하더라도, ① 이 사건 리폼 전 제품은 해체 후 원단 등이 절단되어 원상복구가 불가능하게 되는 순간 종전의 상품 가치는 없게 되는 점 ②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리폼은, 리폼 전 제품의 부품을 원자재로 사용하여 물리·화학적 처리, 박음질, 부품들의 부착, 내부 라벨의 부착 등의 공정을 거쳐 리폼 전 제품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행위인 점, ③ 이 사건 리폼 전 제품과 이 사건 리폼 후 제품을 비교하면, 개수, 크기, 용적, 모양, 형태, 기능 등이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리폼은 동일성을 해할 정도의 가공을 통해 실질적으로 새로운 상품을 생산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첨부: 특허법원 2024. 10. 28. 선고 2023나11283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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