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청이 어떠한 행정처분을 함에 있어서는 그 처분이 수익적인지 침익적인지에 관계없이 법률에 그 근거를 두어야 합니다. 특히 침해행정에 있어서는 다른 행정분야보다 더욱 그 침해의 대상, 내용, 범위 등이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어야 합니다. 한편, 법원은 고시, 훈령, 가이드라인 등으로 나타나는 행정규칙의 경우 법규적 성질을 가지는 행정규칙과 같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행정청 내부만을 규율하는 사무처리규칙 내지는 재량준칙에 불과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질병관리본부의 장기이식대상자 불승인 처분을 취소한 하급심 판결을 하나 소개하여 드립니다.

 

- 관계법규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26(이식대상자 선정 등) ③ 제1항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사람으로서 제11조제4항에 따른 16세 이상의 장기등기증자와 20세 미만인 사람 중 골수를 기증하려는 사람은 자신의 장기등의 이식대상자를 선정할 수 있다. 이 경우 본인 또는 배우자의 가족에게 골수를 기증하려는 경우 외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미리 국립장기이식관리기관의 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위 법 시행규칙 제23(이식대상자 선정 승인) ② 국립장기이식관리기관의 장은 제1항에 따라 제출된 서류에 적힌 내용의 사실 여부 등을 확인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식대상자 선정을 승인하여야 한다.

1. 제출된 서류가 거짓으로 작성된 경우

2. 장기등기증자와 이식대상자의 관계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아니하여 법 제7조에 따른 금지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④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서 규정한 사항 외에 이식대상자 선정 승인 절차에 관한 세부 사항은 국립장기이식관리기관의 장이 정하여 고시한다.

 

- 처분사유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3조 제2항 제2호 및 살아있는 자의 장기기증업무안내서(15.2.)에 의하면 타인간 이식대상자를 지정하여 기증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기증자와 이식대상자 당사자 간 관계가 명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직접적인 친밀한 관계와 진정성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확인 후 승인하도록 되어있습니다.

불륜관계를 사유로 이식대상자 선정 승인을 신청하였는 바, 위 규정에 근거하여 장기를기증하고 이식받을 정도의 불륜관계라고 인정을 하기 위해서는사실혼에 준하여 함께 거주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많은 부분을 부부 또는 연인관계로 인정될 정도로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 인정되거나두 사람간의 불륜관계로 인하여 각각의 부부관계가 파탄 또는 파탄될 위기에 처할 정도로 심각한 지경을 감수하면서까지 두 사람간의 진정성이 느껴지거나 ③ 평소 부부관계가 법적인 의미의 부부일 뿐 사실상 부부로서의 의무준수 등의 의미가 없어 법적 배우자보다 다른 이성에게 더 많은 애정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보편적으로 인정될 정도의 관계여야 합니다.

원고 등이 제출한 통신기록 등으로 판단컨대, 원고와 C 두 사람의 관계로 인하여 C의 가정생활에 최소한 외견상 영향을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C가 원고를 연인으로 생각하고 오랜기간 친밀한 관계를 지속해왔다고 보기에는 관계 자료가 미흡하여 불승인함을 알려드립니다.

 

- 법원의 판단

살아있는 자의 장기이식 업무안내및 이식대상자 선정승인 절차에 관한 세부사항은 타인 간 장기기증에 대하여 법령에 근거가 없는 오랜 기간 직접적인 친밀한 관계라는 새로운 이식대상자 선정기준을 추가하고 있는바, 이는 그 규정형식이나 내용에 비추어 법규로서 효력이 없는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규칙 내지 재량준칙에 불과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위살아있는 자의 장기이식 업무안내의 규정은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으므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한지 여부는 장기이식법과 그 시행규칙이 제시한 기준만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그런데 위에서 본 것과, 같이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의 사유로 제시한 것은 장기이식법 및 그 시행규칙에서 전혀 근거를 찾을 수 없고,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 자신이 제시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점 이외에 장기이식법 시행규칙 제23조 제2항 제2호의 기준, 즉 원고와 C 사이의 관계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아 장기매매 등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는 점에 대하여는 아무런 처분사유를 제시하지 않았으므로, 위 사유만으로 행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어떠한 행정처분의 적법여부 판단에 있어 그 근거법령은 원칙적으로 법률과 그 법률에 따라 위임된 법규명령에 한정되어야 함은 법률유보의 원칙상 당연하며, 특히 침익적 처분에 있어 그 처분사유의 제시의 본질이 행정처분 상대방의 방어권을 보장이라는 점에서 행정청은 적법한 법규에 따라 처분을 하고 그 사유를 명확히 제시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 판결은 특히 전문적인 보건분야에 있어서도 이러한 행정법의 기본을 다시 확인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한편 동 판결은 처분사유의 사후제시와 관련하여서도 설시를 한 바 판결 전문을 첨부하여 드립니다.

 

첨부: 대전지방법원 2018. 6. 1. 선고 2017구합1591 판결

 

유제형 변호사

 

20180611_블로그_행정규칙의 대외적 구속력 및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행정처분의 취소사례_첨부.pdfKASAN_[행정소송] 행정규칙의 대외적 구속력 및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행정처분의 취소사례 대전지방법원 2018. 6. 1. 선고 2017구합1591 판결.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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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시 : 2018. 6. 12.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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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허청 고시 제2000-7호는 법규명령이 아니라 특허청 내부의 행정규칙: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6. 10. 선고 2014가합560217 판결 --

 

행정법상 행정청의 고시는 원칙적으로 대외적 구속력 있는 법규명령으로 보지 않습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를 위한 행정규칙입니다. 특허청 고시도 마찬가지로서 원칙적으로 출원인이나 민원인에 대한 구속력, 즉 법적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위 판결에서 특허청 고시 제2000-7호를 대외적 구속력을 갖는 법규가 아니라 특허청 내부의 사무처리를 위한 행정규칙이라고 명확하게 판시하였습니다. 판결요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특허청 고시 제2000-7호에서 특허권 연장기간을 '임상시험계획승인일과 특허권설정등록일 중 늦은 날부터 의약품 품목허가일까지'로 정하여 그 사이 기간은 어떠한 사유에도 불문하고 무조건적으로 연장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으나,

 

이는 특허법령의 위임에 따라 정해진 법규명령이 아니고 단순히 특허청 내부의 행정규칙이어서,

 

가사 특허청이 이 사건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등록 과정에서 적용하여야 할 고시가 위 고시라고 하더라도 구 특허법 제91조 제1항 제3, 같은 조 제2항의 문언 및 해석에 반하여 위 고시를 근거로 특허권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하여 소요된 기간도 연장기간에 산입하여야 한다고 볼 수 없다."

 

작성일시 : 2016. 6. 1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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