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개요
(1) 서울 송파구 토허제 아파트 매매 중도 불발 사안, 부동산중개인 문자 - 송파구 아파트 매매대금 27억원, 계약금 2억7천만원, “계약금 중 일부조” 2천만원 요구
(2)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2천만원 송금, 매매계약 진행 중단
(3) 매수인(원고) 주장: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매매계약이 성립하지 않았고,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2,000만 원에 관하여 해약금 약정을 한 사실도 없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2,000만 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설령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매매계약이 성립하였다고 하더라도, 유동적 무효였던 위 매매계약은 확정적 무효가 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2,000만 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4) 매도인(피고) 주장: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매매계약이 성립하였으므로, 위 2,000만 원은 민법 제565조 제1항의 해약금에 해당한다. 원고는 토지거래허가를 받을 수 있음에도 토지거래허가를 받기 곤란하다는 개인적인 이유로 매수거절의 의사를 피고에게 통지함으로써 위 2,000만 원을 포기하였으므로, 피고는 민법 제565조 제1항에 따라 위 2,000만 원을 몰취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2,000만 원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
2. 서울동부지방법원 판결요지
(1) 매매계약의 성립여부 판단기준
A. 매매계약의 성립 여부 판단기준: 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을 것이 요구되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당해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모든 사항에 관하여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는 있어야 하고, 그러한 정도의 의사의 합치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은 성립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7다242867 판결 등 참조).
B. 중도금 지급방법은 매매계약의 중요 사항에 해당함(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1다248312 판결 등 참조)에 비추어 당사자들 사이에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 있으려면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이 특정되는 외에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2) 구체적 사안의 매매계약의 성립여부 판단 – 불인정
A. 부동산에서 중개인 F을 통해 원고에게 전달한 위 문자메시지의 내용을 보더라도 매매계약의 중요 사항인 중도금과 잔금의 각 액수와 지급방법, 지급일자가 특정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를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내용도 존재하지 않는다.
B. 통상적으로 공인중개사의 중개를 통해 부동산 거래에 관한 가계약과 본계약이 체결될 경우, 가계약은 당사자 사이에 확정적인 본계약이 체결되는 것이 아니라 장래의 교섭에 따라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수도 있는 불확실한 상태임을 전제로 하여 계약 협상의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이고, 본계약은 그 후 별도의 본계약 체결일을 정하여 매도인과 매수인이 직접 출석하거나 대리인이 위임장을 부여받은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매매계약이 성립할 정도의 의사의 합치나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매매계약은 성립하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
(3) 매매계약 불성립 시 가계약금에 관한 해약금 약정의 존재 여부
A. 가계약금에 관하여 해약금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해약금 약정, 즉 약정의 내용,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에 비추어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약정하였음이 명백하게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1다248312 판결 참조).
B. 따라서 당사자 사이에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하는 약정이 있었음이 명백히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매수인이 스스로 계약 체결을 포기하더라도 가계약금이 매도인에게 몰취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2다247187 판결 참조).
C. 그런데 원고와 피고 사이에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하는 것에 대하여 명시적인 약정을 하지 않은 사실, 원고가 E부동산을 통해 피고에게 위 2,000만 원에 대한 반환을 여러 차례 요청한 사실이 인정되는 바,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가계약금인 위 2,000만 원을 해약금으로 하는 것에 대하여 묵시적으로라도 의사가 합치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4) 가정적으로 매매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볼 경우 법률관계
A. 설령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매매계약이 성립하였다고 가정하더라도(이하 위와 같이 성립하였다고 가정한 매매계약을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2,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B. 이 사건 매매계약의 확정적 무효: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아 거래계약이 유동적 무효의 상태에 있는 경우 그와 같은 유동적 무효 상태의 계약은 관할 관청의 불허가처분이 있을 때뿐만 아니라 당사자 쌍방이 허가신청협력의무의 이행거절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경우에는 허가 전 거래계약관계, 즉 계약의 유동적 무효 상태가 더 이상 지속된다고 볼 수 없고 그 계약관계는 확정적으로 무효가 된다고 할 것이고, 그와 같은 법리는 거래계약상 일방의 채무가 이행불능임이 명백하고 나아가 그 상대방이 거래계약의 존속을 더 이상 바라지 않고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0. 8. 19. 선고 2010다31860, 2010다31877 판결 등 참조).
C.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토지거래허가를 받을 수 없음을 이유로 2,000만 원의 반환을 요구하는 등 더 이상 토지거래허가절차를 진행하지 않을 의사를 표시해 왔고 이 사건 소송 과정에서도 일관되게 같은 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사실, 피고 역시 위 2023. 9. 21.경부터 원고에게 원고가 부당하게 매수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위 2,000만 원을 몰취하겠다고 통보하는 등 더 이상 토지거래허가 절차를 진행하지 않을 의사를 표시해 왔고 이 사건 소송 과정에서도 일관되게 같은 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사실, 원고와 피고 모두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토지거래허가절차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을 의사를 명백히 표시함으로써 이 사건 매매계약은 확정적으로 무효가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D. 피고가 2,000만 원을 몰취하기 위한 요건의 불비: 원고가 지급한 2,000만 원은 이 사건 매매계약의 계약금 중 일부이므로 민법 제565조 제1항에 따라 해약금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당사자 사이에 수수된 계약금이 해약금으로 추정되는 것을 넘어서 손해배상액의 예정 또는 위약금으로까지 추정되는 것은 아니며, 위 2,000만 원에 관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 또는 위약금 약정이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전혀 없으므로, 위 2,000만 원이 손해배상액의 예정 또는 위약금의 성격까지 갖는다고 볼 수는 없다.
E. 이 사건 매매계약이 원고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무산되었다면, 피고로서는 그러한 사유 및 이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피고의 손해액을 주장·증명하여 증명된 손해액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을 뿐이다.
F. 결국 이 사건 매매계약이 확정적 무효가 됨에 따라 피고는 더는 위 2,000만 원을 보유하고 있을 법률상 원인이 없게 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부당이득의 반환으로 위 2,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첨부: 서울동부지방법원 2025. 6. 11. 선고 2024나25468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