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연구원의 인건비를 회수하여 공동관리하는 것은 위법합니다. 내부자 고발 등 어떤 계기로 적발되면 무거운 법적책임이 뒤따르게 됩니다. 특별한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인건비 공동관리 사안에서 연구책임자 대학교수의 책임을 면제 또는 감경한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드문 사례이지만, 어떤 상황에서 무슨 이유로 연구책임자의 책임을 감면한 것인지 판결문을 참고하여 그 배경을 살펴봅니다.

 

서울행정법원 2017. 9. 29. 선고 2017구합59956 판결에서는 과제에서 지급된 비용과 인건비 지급 시기의 불일치 때문에 발생한 인건비 공동관리의 필요성을 인정하였습니다. 문제된 과제의 연구에 투입된 연구원들에 대한 인건비가 지급되기 이전에도 위 연구원들에게 해당 과제수행에 상응하는 인건비를 매월 지급하였고, 이후 연구비를 지급받아 종전에 지급한 인건비를 정산하거나 그 중 일부 금액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다가 인건비가 지급되지 않는 달의 인건비로 지급해주었다. 원고가 지급받은 연구비 중 인건비에 해당하는 금원은 과제에 투입된 각 연구인원들에게 매월 일정한 금액으로 입금되어 결과적으로 전액이 입금되었으므로 원고가 위 연구비를 용도 외로 사용하였다고 할 수 없고, 이 사건 각 환수처분 및 이 사건 참여제한처분은 그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아니하여 위법하다.

 

원고가 연구비 중 일부를 공동관리비로 운영한 것은 연구원들의 안정적인 생활을 돕기 위한 것으로서 공동관리 한 돈은 결과적으로 연구인원에게 모두 지급되어 원고가 연구와 무관하게 사용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재처분을 하였는 바 이는 원고가 향후 교수로서 연구 활동을 함에 있어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것으로서 재량권을 일탈, 남용하여 위법하다.”

 

서울행정법원 2017. 8. 24. 선고 2016구합72471 판결은 연구비를 개인적 용도로 유용하거나 횡령한 것은 아니고 단지 편의상 공동관리한 경우로 그 비난가능성이 낮은 사례입니다. 서울행정법원은 형식적으로 연구비 공동관리 사안에 해당함에도 그 책임을 면제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학술진흥법에 따라 한술기반의 강화, 학문의 균형적인 발전 유도 및 새로운 지식 창출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학술진흥을 위한 사업을 개발하고 추진하기 위하여 대학, 연구기관, 학술단체 또는 연구자에게 지급하는 학술지원 사업비는 궁극적으로 국가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을 도모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서 그 지급 목적과 용도에 따라 적정하게 지출되도록 할 공익이 크다.

 

그러나 한편, 한술진흥법 제19조 제2항에 따른 사업비 지급 중지 또는 환수처분 및 제20조 제1항에 따른 참여제한 처분은 역량 있는 주관연구기관 또는 연구책임자를 일정 기간 국가연구개발사업에서 배제하고, 그로부터 연구에 사용한 연구비를 환수하는 것으로서, 학술진흥법의 궁극적인 목적을 저해할 우려도 있으므로, 참여제한 여부 및 그 기간, 연구비 환수 여부 및 그 범위 등을 정함에 있어서 행정청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학생인건비의 공동관리를 금지하는 취지는 교수가 우월한 지위에서 학생인건비를 공동관리하고 이를 다른 용도로 전용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지급되어야 하는 인건비를 본래의 용도로 사용하지 아니하여 학생연구원의 최소한의 경제적 기반을 무너뜨리고 연구의욕을 저하시키는 것을 방지하는 데 있다.

 

그런데 이 사건 연구실에서 공동관리된 돈의 대부분은 이 사건 연구실 소속 학생들의 급여 및 대학원 등록금, 회식비용 등 학생들을 위하여 사용되었고, 원고 교수가 공동관리를 통하여 학생인건비를 횡령하거나 유용하는 등 개인적인 이익을 취한 것은 없어 보인다.

 

원고 교수는 이 사건 감사 이후 공동관리는 한 돈을 모두 학생들에게 반환하여 이 사건 연구실에서는 학생인건비의 공동관리가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공동관리는 학생인건비 공동관리를 금지하는 취지에 비추어 비교적 비난가능성이 낮다.

 

KASAN_학생인건비의 공동관리 사안 BUT 위법행위에도 연구책임자의 책임을 감면한 특별한 이유 서울행정법원 2017. 9. 29. 선고 2017구합59956 판결; 서울행정법원 2017. 8. 24. 선고 2016구합72471 판결.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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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시 : 2020. 3. 19.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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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요지

 

제재적 행정처분이 사회통념상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거나 남용하였는지는 처분사유로 된 위반행위의 내용과 그 처분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공익 목적 및 이에 따르는 여러 사정 등을 객관적으로 심리하여 공익 침해의 정도와 그 처분으로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 형량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7. 19. 선고 20061929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공동관리된 돈은 대부분 형식적으로는 해당 연구과제에 참여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는 참여하고 있는 학생연구원의 인건비, 등록금, 회식비용, 소속 학생연구원들의 학술대회 참가비용, 연구실의 통상의 운영경비, 등 연구실 소속 전체 학생들을 위해 사용하였다. 교수는 그 돈을 개인적·자의적으로 운용하지 않았다. 공동관리계좌 운영은 학생인건비 공동관리를 금지하는 공익 목적을 침해하는 정도나 그 위법성의 정도가 높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환수처분 및 제외처분을 통해 얻게 될 공익보다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고, 그 결과가 처분사유인 위반행위의 내용 및 관계 법령의 규정과 취지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환수처분 및 제외처분은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사안의 개요

 

(1)   연구책임자 서울대교수 - 학생인건비 26000여만원 중 7000여만원을 공동관리 계좌로 받아서 연구실 운영비, 학술회 참가 항공권 구매 비용 등으로 사용함

(2)   제재처분 - 7000여만원 사업비 환수 및 3년의 참여제한 처분

 

항소심 판결의 요지 제재처분 적법, 공동관리계좌 운영기간이 4년으로 장기이고, 지급된 총 인건비에서 공동관리계좌 운영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27%로 높아 비난가능성이 크다. 환수처분은 공익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이며, 제외처분 역시 정당하다.

 

대법원 판결요지 제재처분 지나치게 가혹하여 위법함, 항소심 판결 파기 환송

 

대법원 판결이유

 

학술진흥법에 따라 학술기반의 강화, 학문의 균형적인 발전 유도 및 새로운 지식 창출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학술진흥을 위한 사업을 개발하고 추진하기 위하여 대학, 연구기관, 학술단체 또는 연구자에게 지급하는 학술지원 사업비는 궁극적으로 국가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을 도모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서 그 지급 목적과 용도에 따라 적정하게 지출되도록 할 공익이 크다. 그러나 학술진흥법 제19조제2항에 따른 사업비 지급 중지 또는 환수처분 및 동법 제20조 제2항에 따른 참여제한 처분은 역량 있는 주관연구기관 또는 연구책임자를 일정 기간 국가연구개발사업에서 배제하고 그로부터 연구에 사용한 연구비를 환수하는 것으로서, 이의 적극적 활용이 오히려 학술진흥법의 궁극적인 목적을 저해할 우려도 있으므로, 참여제한 여부 및 그 기간, 연구비 환수 여부 및 그 범위 등을 정함에 있어서 행정청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훈령 및 각 학술지원사업의 운영지침이 사업학생인건비의 공동관리를 금지하는 취지는 교수가 우월한 지위에서 학생인건비를 공동관리하고 이를 다른 용도로 전용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지급되어야 하는 인건비를 본래의 용도로 사용하지 아니하여 학생연구원의 최소한의 경제적 기반을 무너뜨리고 연구의욕을 저하시키는 것을 방지하는데 있고, 그 위반의 유형 및 정도에 따라 학술지원대상자선정 제외기간의 범위를 1년에서 5년으로 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공동관리된 돈은 대부분 형식적으로는 해당 사업 연구에 참여하지 아니하나 실직적으로는 참여하는 학생연구원의 인건비나 등록금, 회식비용, 소속 학생연구원들의 학술대회 참가비용, 연구실의 통상의 운영경비 등 연구실 소속 전체 학생들을 위하여 사용되었고, 원고가 이 사건 공동관리계좌 운영을 통하여 학생인건비를 유용하는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 점, 이 사건 공동관리계좌 운영 기준이 나름대로 객관화되어 있고 교수인 원고가 자의적인 기준으로 운영한 것이 아닌 점, 이 사건 사업의 총 학생인건비의 규모와 그중 공동관리계좌를 통해 운영된 금액의 비율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공동관리계좌의 운영에 의하여 훈령 및 각 학술지원사업의 운영지침에서 학생인건비의 공동관리를 금지하는 공익 목적을 침해하는 정도나 그 위법성의 정도가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가 이 사건 사업에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하면서 기존부터 운영되어오던 이 사건 공동관리계좌 운영을 용인하고 그 집행내역을 사후적으로 보고받았을 뿐 그 구체적 관리 • 운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는 않은 점, 학생연구원들이 이 사건 공동관리계좌 운영에 관하여 원고에게 이의를 제기한 적도 없는 점, 이 사건 감사 이후 공동관리한 돈을 모두 학생들에게 반환하여 이 사건 연구실에서 학생인건비의 공동관리계좌 운영이 이미 중단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공동관리계좌 운영에 관한 원고에 대한 개인적 비난가능성도 크다고 보기 어렵다.

 

위와 같은 위법성 및 비난가능성의 정도와 자연과학 분야의 연구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아무런 개인적 이득을 취득하지 아니한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공동관리계좌 운영금액 전액에 대한 환수처분을 함과 아울러 학술진흥법 및 동법 시행령에서 사업비를 의도적으로 부정 집행한 경우의 상환으로 정한 3년의 제외처분을 하는 것은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

 

실무적 시사점 Comment

 

법령 및 규정상 제재처분의 기준은 모두 연구책임자 교수의 고의적, 의도적 유용, 부정집행을 전제로 한 것인데, 교수의 개인적 유용이 없는 공동관리 사안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위법행위과 책임 사이의 합리적 비례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려움.

 

즉 위법행위의 내용에 대비하여 볼 때 과도한 제재처분으로 볼 수 있음.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함. 구체적 사정을 살펴 합당한 수준의 제재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로 실무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함.

 

KASAN_제재처분의 과잉금지, 비례원칙 위반 여부 - 국책과제, 국가연구개발 과제의 연구비 공동관리 사안 – 전액환수 및 3년 참여제한은 지나치게 가혹하여 위법 대법원 2020. 1. 16. 선고 2018두5.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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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시 : 2020. 3. 1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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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행정적 제제처분과 무죄추정 원칙 적용여부

 

헌법 제27 4"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 형사법과 마찬가지로 행정적 제제처분에도 책임확정 전까지 무죄추정 원칙이 적용되는지 문제됩니다.

 

제약회사의 불법 리베이트 수수혐의로 복지부에서 의사면허 자격정지 제재처분을 하고, 리베이트 관련 행정소송 판결이 확정되기 전 행정적 제재처분은 무죄추정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는 헌법소송이 진행 중인데, 이직 헌법재판소 결정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학설과 판례는 무죄추정 원칙은 행정법 분야에 적용되는 않는다는 것이 입장입니다.

 

학설은 판결 전 복지부의 행정처분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적용되지 않는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형사처벌 대상자에게만 적용되며 재판 중이더라도 공정력과 집행력은 인정하고 있다. 공정력과 집행력을 인정함에 따라 행정제재도 인정하고 있다.'라는 입장입니다.

 

헌재 2015. 2. 26. 2012헌바435 결정 "행정소송에 관한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행정청의 처분에 대하여 공정력과 집행력을 인정하는 것은 징계부가금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행정법체계에서 일반적으로 채택되고 있는 것이므로, 징계부가금 부과처분에 대하여 공정력과 집행력을 인정한다고 하여 이를 확정판결 전의 형벌집행과 같은 것으로 보아 곧바로 무죄추정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행정청은 판결 확정 전이더라도 위법행위에 대해 참여제한, 사업부 환수, 과징금부과 등 행정적 제재처분을 집행하더라도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2. 행정적 제재처분과 타 과제에 대한 영향

 

적발된 위법행위 해당 과제는 물론 위법행위와 무관한 진행 중인 다른 과제에 대한 참여제한 등 제재처분을 할 수 있는지가 문제됩니다. 무죄추정 원칙이 적용되지 않더라도 실제 위법행위와 관련 없는 타 과제에 대해서 과도한 제재를 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반하는 위법한 처분인지 문제됩니다.

 

과학기술기본법의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국가연구개발사업 제재조치 매뉴얼"에서 관련 부분은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핵심 포인트는, (1) 참여제한 제재처분을 받으면 신규사업에 참여할 수 없고, 진행 중 과제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고, (2) 다만 참여제한 제재처분이 확정된 경우 진행 중인 과제의 협약을 해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미래창조과학부 규정을 타 부처의 국가과제에 직접 적용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정부에서 국가연구개발과제 관련 규정의 통일화,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 최상위법 과학기술기본법 소관부처로서 최상위법에 근거를 둔 미래창조과학부 규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타 부처 국책사업에도 적용함이 타당할 것입니다.

 

다만, 특정 법령과 규정에서 진행 중인 타 과제에 대한 참여제한까지 규정하였다면 그 규정에 따라야 합니다. 이 경우에는 해당 규정이나 하위 법령이 상위법과 저촉되는지 여부, 진행 중인 과제의 참여제한 처분이 비례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등이 쟁점이 될 것입니다.

 

 

 

KASAN_행정적 제재처분에 무죄추정의 원칙 적용 불인정 BUT 불이익 처분의 과잉금지, 비례의 원칙 적용 - 참여제한 제재처분의 불복 행정소송 중 다른 과제의 참여제한 여부.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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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시 : 2020. 3. 17.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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