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송인이 고가의 물건임을 고지하지 않은 채 물건을 발송한 후 택배사고가 발생한 경우, 택배업자의 책임을 부정한 사례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 6. 11. 선고 2009가단48761 판결 --

 

추석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민족의 명절 한가위를 앞두고 선물을 주고받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매년 이맘때에는 택배 물동량이 폭증합니다.

 

그런데 택배 운송은 주로 자동차나 오토바이 같은 교통수단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중간에 파손 등 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이러한 택배사고는 필연적으로 택배업자의 책임범위에 대한 다툼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고가의 물건을 택배로 보낸 경우에는 소송 등 법적 분쟁으로 나아가게 되기도 합니다.

 

택배업자의 책임에 대해 명시적으로 판시한 대법원 판결은 아직 없습니다. 다만 화물운송과 관련된 판례 가운데 송하인(발송인)이 고가물에 대한 고지를 하지 않으면 운송인이 면책된다는 상법 제136조의 고가물 불고지 특칙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는 적용이 없다는 내용의 판결이 있었습니다(대법원 1991. 8. 23. 선고 9115409 판결). 한편 택배사고에 대한 하급심판결 가운데에는, 택배사고 피해자가 채무불이행 책임과 불법행위 책임을 모두 청구한 경우에 있어 운송약관상 책임제한 규정이나 상법 제136조의 고가물 불고지 특칙이 채무불이행 책임에만 적용된다고 보아 택배업자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한 것들이 있습니다(물론 발송인의 과실을 인정하여 과실상계로 일부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을 인정하였습니다).

 

이러한 논리는 법리적으로 일응 타당한 것으로 보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영세한 택배업자를 통해 고가의 물건을 발송하면서 제대로 고지를 해주지 않은 경우에도 택배업자가 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결과가 되어 상식에 반하는 면이 있었습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 6. 11. 선고 2009가단48761 판결 -

 

이와 관련하여,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선고된 판결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이 판결 사안에서 발송인은 백화점 상품권 330(시가 3,800여 만원 상당)를 택배로 발송하면서 택배기사에게 서류라고만 이야기해 주었고, 택배기사는 운송 중 오토바이를 잠시 주차시켜 놓았다가 위 상품권이 들어있는 박스를 도둑맞았습니다. 


이에 대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 6. 11. 선고 2009가단48761 판결은, 송하인(발송인)이 고가의 물건을 발송하는 경우 그 종류와 가액을 고지하지 않았다면 운송인이 물건의 멸실, 훼손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상법 제136조의 규정을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에도 적용시켜, 택배기사 및 택배회사의 책임을 부정하였습니다.

 

해당 부분의 판결문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화폐, 유가증권 기타의 고가물에 대하여는 송하인이 운송을 위임할 때에 그 종류와 가액을 명시한 경우에 한하여 운송인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인바(상법 제136), 여기서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은 고가물로서의 책임을 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통의 운송물로서의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의미이고, 다만 운송인이 고의로 운송물을 멸실, 훼손한 경우에는 형평의 원칙상 고가물로서의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할 것이다. ... 따라서 피고들은 원고회사가 이 사건 상품권의 운송을 의뢰할 당시 고가물임을 명시하지 아니한 이상 운송물의 멸실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 할 것이므로 원고회사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이유 없다.”

 

- 시사점 -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상법 제136조의 고가물 불고지 특칙이 불법행위 책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및 기존 하급심 판결의 태도이므로, 위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가단48761 판결의 판시사항을 일반화하여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기존 판례의 태도에 따르면 택배업자가 지나치게 큰 위험을 부담하게 되어 분명 불합리한 면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결국 향후 법령의 정비 또는 대법원 판결을 통해 보다 명확한 지침이 나오기 전까지는, 일단 기존 판례의 취지에 따라 살피되 위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가단48761 판결과 같은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즉 발송인의 입장에서는 고가물임을 고지하지 않는 경우 택배사고가 나도 과실상계로 인해 피해액의 일부만 받게 되거나 또는 상법 제136조의 고가물 불고지 특칙의 적용으로 아예 배상을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고가물이므로 취급에 주의를 요한다는 점을 운송업자에게 고지하고 이를 문서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고가물을 운송하는 경우에는 배상능력이 충분하고 관련 보험에 들어있는 대형 택배회사 또는 고가물 전문 운송회사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한편 운송업자 입장에서는 발송인이 고가물임을 알리지 않는 경우 전액을 배상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발송인에게 문서 및 구두로 분명히 고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작성일시 : 2013. 9. 1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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