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회사 연구원이 해외연수약정/경업금지약정 체결 후 의무복무기간약정을 위반하여 동종업계로 이직하자, 회사가 연구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약정금 지급을 청구한 사례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2. 19. 선고 2012가합27105 판결 --


반도체 생산회사 연구원이 해외연수약정 및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한 이후 의무복무기간을 규정한 약정 조항을 위반하여 퇴직한 후 동종업계로 이직하자, 회사가 연구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약정금 지급을 청구한 사안을 소개해 드립니다. 

 

1. 사실관계


원고 A회사는 LED를 이용한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이고, A 회사의 대표이사 E는 동종의 D회사를 운영하였습니다. 피고 B 2003 D회사에 입사하여 해외연수약정을 체결한 후 2003. 8.부터 2006. 8.까지 해외연수를 받고 귀국하여 근무하다가 2010. 11. 30.에 퇴사하였고, 이후 F회사에 입사하여 반도체 연구개발업무를 담당하였습니다.


약정 내용 중에는 해외연수 후 귀국하여 의무복무기간 만료 전에 퇴직할 경우에는 대여금 일체를 퇴직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현금으로 변상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귀국 후 피고 B 2007. 5. 31. 원고회사에 입사하면서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하였고 이를 위반할 경우 회사로부터 손해배상을 포함한 일체의 민형사상 책임을 질 것을 약정하였습니다. 이후 피고 B 2010. 4. 1. 원고회사에 상기 경업금지약정과 동일한 내용의 서약서를 제출하면서 경업금지의무 위반 시 책임으로 피고 B가 원고회사로부터 수령하는 각종 수당 및 보상금 등을 서약서상의 모든 의무를 준수하는데 대한 보상으로 지급되는 것임을 인정하는 조항을 추가하였습니다. 경업금지 약정에 따라 피고는 원고회사로부터 보안수당을 지급받았고, 의무근무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퇴직한 후 퇴직생활보조금을 지급받았습니다.

 

2. 쟁점


원고는 피고들에 대하여 약정에 따라 연수비, 보안수당, 퇴직생활보조금에 해당하는 금액의 반환을 청구하였습니다. 본 사안에서는 연수비 반환 및 경업금지의무 준수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된 수당 등에 대한 반환을 예정한 약정 조항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는지 여부 및 해당 조항이 유효하다면 그 반환 범위를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문제되었습니다.


피고 B는 연수비는 실질적으로 해외연수기간 동안 피고가 제공한 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임금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한 반환을 약정하는 조항은 임금반환약정으로 근로기준법 제20조를 위반하여 무효이고, 의무복무기간이 지나치게 장기간이고 피고가 성실히 근무한 점에 비추어 감액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피고는 퇴직생활보조금은 임금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한 반환약정은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였거나, 강행법규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항변하였습니다.

 

3. 판결 요지


 가. 연수비 반환청구에 대한 판단


  (1)  연수비 반환 약정이 근로기준법에 위배되어 무효인지 여부

근로기준법 제20조에서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취지는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불이행한 경우 반대급부인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에 더 나아가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면 근로자로서는 비록 불리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그 근로계약의 구속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을 것이므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 예정의 약정을 금지함으로써 근로자가 퇴직의 자유를 제한 받아 부당하게 근로의 계속을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계약 체결 시의 근로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며 불리한 근로계약의 해지를 보호하려는 데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한편, 기업체에서 비용을 부담 지출하여 직원에 대하여 위탁교육훈련을 시키면서 일정 임금을 지급하고 이를 이수한 직원이 교유수료일자부터 일정한 의무재직기간 이상 근무하지 아니할 때에는 기업체가 지급한 임금이나 해당 교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상환하도록 하되 의무재직기간 동안 근무하는 경우에는 이를 면제하기로 약정한 경우는 근로기준법 제20조에서 금지되는 계약이 아니므로 유효하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종래부터 대법원 판례로 확립된 법리입니다.


그러나, 직원의 해외파견근무의 실질적 내용이 연수나 교육훈련이 아니라 기업체의 업무상 명령에 따른 근로장소의 변경에 불과한 경우에는, 해외근무기간 동안 임금 이외에 지급 또는 지출한 금품은 장기간 해외근무라는 특수한 근로에 대한 대가이거나 또는 업무수행에 있어서의 필요불가결하게 지출할 것이 예정되어 있는 경비에 해당하므로 재직기간 의무근로 위반을 이유로 이를 반환하기로 하는 근로기준법 제20조 위반으로 무효라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 ① 피고 B는 해외연수를 다녀온 다음 의무복무기간 동안 근무한다는 조건으로 입사하여 바로 해외연수를 떠났고, ② B가 연수 받은 곳은 교육·연구기관으로 영리기관이 아닌 점, ③ 해외연수계약서에서 이 사건 연수비를 대여금이라고 표현하고 연수기간을 교육수혜기간이라고 표현한 점, ④ 의무복무기간을 해외연수기간을 기준으로 설정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 B의 해외연수의 실질은 연수 및 교육훈련에 해당하고 그 연수비는 교육비용으로 보아야 하고, 피고 B가 연수기간 동안 노무를 제공하였다거나 그 대가로 연수비를 지급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하였습니다. 따라서, 피고 B는 회사에 대해 연수비를 반환하여야 합니다.      

 

  (2) 의무복무 기간이 장기간이고 장기간 성실히 근무하였으므로 배상액이 감액되어야 한다는 피고 B의 주장에 대하여


법원은 피고 B의 해외연수기간이 3년으로 비교적 길지만 피고의 원고회사 근무기간은 3 6개월로 비교적 짧다는 점, 피고 B는 입사 후 근무하지 아니하고 바로 해외연수를 다녀온 점, 원고회사는 피고 B가 해외연수기간 중 습득한 지식을 의무복무기간 동안 연구개발실적으로 구현시킬 것을 기대하고 연수비를 부담한 점 등에 비추어 피고 B가 원고회사를 퇴직하여 바로 경쟁회사에 입사한 것은 해외연수제도를 남용한 것이므로 연수비 전액반환 약정이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 퇴직생활보조금 반환청구에 대한 판단


피고 B는 퇴직생활보조금은 임금이므로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은 임금반환약정으로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였거나 강행법규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퇴직생활보조금은 전직금지약정에 따라 경쟁업체에 취직하는 것이 금지됨에 따라 보상차원에서 지급된다는 점, ② 퇴직금과는 별개의 항목으로 산정된다는 점, ③ 퇴직 후 재직기간에 따라 1회적으로 지급되므로 재직 중 근로에 대한 대가로 볼 수 없는 점, ④ 보조금 지급 당시 피고B의 전직금지약정 위반사실을 알았다면 이를 지급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임금으로 볼 수 없어서 약정에 따라 반환하여야 판단하였습니다.

 

 다. 보안수당 반환청구에 대한 판단

법원은 본 사안에서 보안수당은 매월 일정 금원이 계속적· 정기적으로 지급되었고, 해당 사업부 직원 전부가 일률적으로 지급대상인 점 등에 비추어 근로기준법상의 임금에 해당하므로 보안수당 반환약정은 근로기준법 제20조를 위반하여 무효이므로 피고는 보안수당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4. 결론


위 판결에서, 법원은 직원 피고 B는 회사 원고에 대하여 임금에 해당하는 보안수당을 제외한 연수비 및 퇴직생활보조금 전액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작성일시 : 2013. 8. 1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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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 미국의 발명자 확정을 위한 판단 기준 --


발명자 확정은 실무상 가장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이번 포스팅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발명자 확정 기준에 대한 법리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드립니다. 

 

(한편 발명자 확정 기준은 공동발명자 판단 기준과도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습니다. 즉 구체적인 사례에서 공동발명자 중의 1인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발명자 확정 기준에 따른 발명자가 되기 위한 요건을 충족하고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는 공동발명자 판단 기준을 구체적 사례별로 소개한 글인 공동발명자 판단 사례"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http://kasaninsight.tistory.com/51 ].

 

- 한국의 발명자 판단 기준 -


특허법 제33조 제1항은 발명을 한 자 또는 그 승계인은 ...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라고 규정합니다. 즉 발명자는 특허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으로서, 누가 발명자인지를 어떻게 확정해야 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언급이 없습니다.

 

이에 우리 대법원은 위 발명자를 정하는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대법원은 “특허발명의 기술적 사상의 창작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자”를 발명자로 인정합니다.

 

무권리자가 발명자가 한 발명의 구성을 일부 변경함으로써 그 기술적 구성이 발명자가 한 발명과 상이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 변경이 통상의 기술자가 보통으로 채용하는 정도의 기술적 구성의 부가, 삭제, 변경에 지나지 아니하고 그로 인하여 발명의 작용효과에 특별한 차이를 일으키지 아니하는 등 그 기술적 사상의 창작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특허발명은 무권리자의 특허출원에 해당하여 그 등록이 무효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1. 9. 29. 선고 20092463).”

 

위 판례는 최근 법조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일명 찰떡파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입니다 이에 대하여는 다른 포스팅을 통해 보다 자세히 소개해 드릴 예정이므로, 아래에서는 사실관계 및 법원의 판단에 대해 간략하게만 말씀드립니다.

 

이 판결은 떡을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떡생지를 제조하는 방법을 발명하여 이를 영업비밀로 보유하고 있던 A업체의 연구개발부장이 B업체로 전직하면서, 관련 영업비밀을 B업체에 유출한 사건에 대한 것입니다. B 업체는 A 업체의 영업비밀인 떡생지 제조 방법 발명에 몇 가지 구성을 더하여 특허까지 출원하였는데, 이때 부가된 구성에 대하여 대법원은, 통상의 기술자가 보통으로 채용하는 정도의 변경으로서 발명의 작용효과에 특별한 차이를 일으키지 않는 것에 불과하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B 업체가 기술적 사상의 창작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것이 없다고 하여, B 업체가 출원한 특허를 무권리자가 출원한 특허로 보아 무효라고 판시한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기술적 사상의 창작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자라는 기준만으로는 문제의 해결이 어렵습니다. 물론 구체적 사안에 있어서 우리 법원이 위 기준에 따라 매우 타당한 결론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을 받기 전에 위 기준을 적용하여 그에 부합하고 있는지 여부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 미국의 발명자 판단 기준 -


미국 특허법 제101조는 발명자에 대하여 매우 간단하게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Whoever invents or discovers...“

 

그러나 구 미국 특허법 제102조에는 다음과 같은 규정이 있었습니다.

(g) priority of invention

“... there shall be considered not only the respective dates of conception and reduction to practice of the invention, but also the reasonable diligence of one who was first to conceive and last to reduce to practice, from a time prior to conception by the other.”

 

이 규정은 사실 누가 먼저 발명을 하였는지를 결정하기 위한 기준에 대한 것입니다(구 미국 특허법상 저촉 규정이라고도 합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발명을 착상(conception)한 날과 구체화(reduction to practice)한 날뿐만 아니라 먼저 착상했으나 나중에 구체화한 사람의 다른 사람에 의한 착상 전부터의 상당한 노력(reasonable diligence) 또한 고려하여 발명시점을 결정해야 합니다.

 

이 규정의 취지에 따라 미국 법원은 착상구체화를 한 자를 발명자로 판단합니다. 다만, 착상과 구체화 중 일부(특히 "착상")에 참여하여도 공동발명자로 인정될 수 있으나, 구체적으로는 발명의 분야(제약, 전기, 소프트웨어 등)에 따라 조금씩 달리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공동발명자가 되기 위해 발명에 대한 특허의 모든 청구항에 기여할 것을 요구하지 않으며, 위 착상과 구체화에 대한 기여는 각 청구항별로 판단합니다.

 

미국 특허법은 먼저 출원한 사람을 우선시하는 우리 특허법과는 달리 먼저 발명한 사람을 우선시하는 선발명자주의를 채택하고 있었기에(현재는 미국도 우리와 같이 선출원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발명시점의 판단은 매우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이에 우리 대법원의 기준보다는 조금 더 정교한 기준을 일찍부터 사용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한편 착상구체화의 구체적 의미는 미국 판례법을 통해 형성되어 왔는데, 이에 대해서는 미국의 사례와 함께 다른 포스팅을 통해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 검토 -


사실 우리 법원도 - 아직 명시적으로 인정한 바는 없습니다만 - “기술적 사상의 창작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자라는 대법원의 기준을 실제 사례에 적용하는 데 있어서 위와 같이 조금 더 정교한 미국의 기준을 간접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 법원과 미국 법원의 발명자 확정 기준에는 차이가 있으며, 한국에서 발명자로 인정된 사람이 미국에서는 발명자로 인정되지 않거나 혹은 그 반대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한국에서 국제출원된 특허에 대하여 미국에서 등록여부를 심사할 때 발명자라고 되어 있는 사람들이 착상과 구체화에 기여했는지 여부를 자세히 조사하는 것은 아니고, 또한 미국의 기준으로는 발명자가 아닌 사람이 포함된 것이 밝혀졌다고 하여도 한국에서의 출원에 우선권이 인정되므로, 출원 단계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그 특허와 관련하여 분쟁이 발생해서 소송으로 나아가는 경우에는 중요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유념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작성일시 : 2013. 8. 5.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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