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과실 사안의 당사자가 아닌 부인과 대학병원이 체결한 관련 합의서의 효력을 부인한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3. 22. 선고 2013가합67667 판결 --

 

1.    사실관계

 

뇌동맥류 수술 후 후유증으로 인한 의료사고 피해자는 남편인데, 병원과 환자의 처가 다음과 같이 합의서를 체결하였습니다. 환자의 처는 대리인으로 대학병원과 "병원에서 환자에게 위자료 명목으로 6,100만 원을 지급하고 환자는 병원의 모든 의료진, 보험회사 등에 대한 민사 형사 행정상의 모든 권리를 포기하고, 민원제기, 언론 및 인터넷 등을 통한 호소, 면담강요, 집회 · 시위 등의 행위를 모두 금지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하였습니다.

 

합의서에 환자의 기명 옆에 도장이 날인되어 있고, 그 아래 환자의 대리인으로 처의 자필 서명하고 무인을 날인하였으며, 환자와 처의 신분증 사본과 가족관계증명서가 첨부되어 있습니다.

 

병원측은 합의금 6100만원 중 진료비를 공제하고 나머지 약 3500만원을 처에게 지급하였습니다. 그 후 환자 본인은 합의서 제3조에서 “환자측이 이 사건과 관련된 민사·형사·행정상의 모든 권리를 포기한다”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 합의서의 효력을 부인하면서 의료과실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2.    쟁점 및 판결의 요지

 

대학병원과 환자의 처가 체결한 합의서 효력이 핵심쟁점입니다. 1심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 합의는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습니다.

 

가.  부부 사이 인정되는 민법 제827조의 일상가사대리행위 부인

 

병원은 이 사건 합의가 처의 일상가사대리행위로서 유효하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민법 제827, 832조에서 말하는 일상의 가사에 관한 법률행위라 함은 부부의 공동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통상의 사무에 관한 법률행위를 말한다 (대법원 2000. 4. 25. 선고 20008267 판결 등 참조). 병원의 치료비 및 향후 소요될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하여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한 것이기는 하나, 이 사건 합의가 부부의 공동생활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것은 아닌 점, 이 사건 합의는 피고로부터 합의금을 지급받는 대신 일체의 권리를 포기하고 향후 어떠한 내용의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 것으로서 금전적 측면 뿐만 아니라 원고와 피고 사이의 향후 권리관계를 규율하는 측면도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합의의 체결행위가 부부의 공동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통상의 사무에 관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나.  민법 제125조의 표현대리 불성립

 

병원측은 처가 합의 당시 남편의 도장과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었고, 이는 대리권을 수여하였음을 표시한 것이므로 민법 제125조의 표현대리가 성립한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그 도장과 신분 등을 맡긴 것이 아니라 사물함에 있던 도장과 신분증을 가져간 것이므로 도장과 신분증을 소지한 것만으로 대리권을 수여하는 표시를 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더구나 환자는 병원의 보호 하에 있었고 의사소통이 가능하였으며 이 사건 합의는 환자에게 매우 중요한 내용임에도 이 사건 합의나 처에게 대리권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환자에게 한번도 확인하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보면, 당시 처에게 대리권이 없음을 알지 못한 점에 대해 피고에게 과실이 있다"고 판단한 후, 병원측의 표현대리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다.  기타 월권대리 주장도 배척

라.  결국 환자 처의 대리권 부인 + 대리인으로서 체결한 합의서 효력 부인

 

3.    실무적 함의

 

의료과실 사안의 당사자 환자 본인이 병원 보호 하에 있고, 의사소통도 가능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처와 단독으로 체결한 합의는 그 효력이 없다는 취지입니다. 먼저 중대한 사안으로 일상가사대리행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또한, 남편의 신분증, 인감, 가족관계증명서를 첨부했다고 해도 적법한 대리권 수여로 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바로 근처에 있는 환자 본인에게 어떤 확인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중시한 것입니다.

 

첨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3. 22. 선고 2013가합67667 판결 

서울중앙지법 2013가합67667 판결.pdf

 

작성일시 : 2016. 4. 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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