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고 소비자들의 주장요지

원료를 공급하거나 제조한 베이비파우더에는 석면이 함유된 결함이 존재하므로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위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고, 광석을 갈아 탈크를 제조하는 업체는 석면층을 제외하고 탈크를 채취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한 과실이 있고, 제조업체는 공급받은 탈크의 안전성을 만연히 믿을 것이 아니라 독자적 시험, 검사를 통해 안전한 품질을 관리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함으로써 소비자보호법, 산업안전보건법, 약사법 및 동법 시행령 등 관련 규정을 위반하였는바, 이로 인하여 원고들은 영유아의 피부에 직접 바르는 베이비파우더에 석면이 함유되어 있었음을 알게 됨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 및 부모로서 아이에 대한 죄책감, 차후 성장과정에서 발병할 수 있는 각종 석면관련 질병에 대한 불안감 등의 정신적 고통을 입었고, 소비자의 선택권 및 인격권 등을 침해당하였으므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함.

 

2. 법원의 판단

. 실제 부작용이나 질병이 발생하기 전 상황에서 정신적 손해발생 인정 여부

원고들은 현재 비록 신체에 직접적인 손해를 입지는 않았더라도 위 피고들은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충격, 향후 질병 발생에 대한 불안감, 두려움, 소비자의 선택권 및 인격권의 침해 등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주장하므로, 우선 원고들이 입었다고 주장하는 위와 같은 정신적 고통 등이 과연 정신적 손해로서 배상될 수 있는지 여부를 먼저 살펴본다.

 

일반적으로 현실적인 질병, 상해의 발생 없이 건강에 관한 막연한 염려나 불안에 그치는 정도의 정신적 충격이 있다고 하여 이를 모두 정신적 손해로 인정하기는 어렵고, 특히 아직 발생하지 않은 질병에 대한 염려, 불안감 등을 정신적 손해로 인정하기 위하여는 향후 그 질병의 발생가능성, 발생률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의학적,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 연방대법원도 석면에 노출된 노동자가 증상이나 발병이 없는 상태에서 발병 우려, 발병 확률 증가, 향후 검사비용의 발생 등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Metro-North Commuter Railroad Co. v. Buckley, 521 U.S. 424 (1997) 사건에서, 신체적 충격(physical impact)과 신체적 접촉(physical contact)을 구별하여 전자에 한하여 손해배상을 인정하면서 신체적 충격은 모든 충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즉각적이고 고통스러운 피해를 위협할 경우에 한정되는 것으로 상당기간이 흐른 후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 때문에 느끼는 불안감에 대해서는 과실에 의한 정신적 피해배상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고, 석면폐증에 걸린 철도 직원이 석면폐증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향후 암 발생가능성으로 인하여 겪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도 청구한 Norfolk & Western Railway Co. v. Ayers, 538 U.S. 135 (2003) 사건에서는 신체상해가 있고 그로 인하여 초래된 정신적 피해가 있는 경우신체적 상해 없이 정신적 피해만 유일하게 있는 경우를 구분하여 전자의 경우 손해배상이 허용되고 후자의 경우 위험영역에 있던 사람만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원칙(zone-of-danger test)을 재확인하면서, 원고들이 석면폐증(Asbestosis)이라는 신체적 상해가 있고 이로 인하여 암 발생가능성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어 전자인 신체적 상해에 수반된 정신적 고통에 해당하므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 구체적 사안의 판단

석면으로 인한 신체변화가 장기적으로 일정량 이상에 노출될 경우 발생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베이비파우더에 의하여 단기간 노출되는 수준이라면 폐암, 석면폐증 등 중병의 발병 가능성은 낮은 점, 다만 악성중피종은 암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농도, 단기간의 노출로도 발생가능하나, 그 발병률도 100만명 당 1 내지 2명 수준으로 극미하고 이들 중 대부분도 직업적 노출로 인한 발병으로 환경에 의해 석면에 노출된 이들의 발병률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 점, 그렇다면 석면이 함유된 베이비파우더에 의한 노출의 경우 향후 그 유해성이 아직 확실하게 과학적, 의학적으로 검증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건축현장 및 지하철 등 일상생활에서도 불가피하게 어느 정도의 석면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점, 석면의 유해성은 노출량, 노출경로, 노출기간 등에 따라 차이가 있게 되는데, 더욱이 원고들이 각자 석면이 함유된 베이비파우더를 얼마나 장기간, 어떤 방법으로 사용했는지에 관한 주장, 입증이 없는 이 사건에서는, 베이비파우더를 사용한 영유아들의 질병 발생률이 증가하였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일부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짐작되기는 하나, 원고들이 주장하는 정신적 고통, 충격 등이 구체적, 객관적으로 의학적, 과학적 근거에 의해 지지되지 못하는 이상, 위 피고들이 원고들에 대하여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의무를 진다고 보기 어렵다.

 

첨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 6. 22. 선고 2009가합120431 판결

 

KASAN_[제조물책임] 우리나라 베이비파우더 제조물책임 소송 판결 - 석면 검출 탈크 원료 사건 1심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 6. 22. 선고 2009가합120431 판결.pdf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 6. 22. 선고 2009가합120431 판결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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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시 : 2018. 8. 28.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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