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험데이터의 부정직한 공개로 인하여 특허권이 무효가 된 사노피 아벤티스의 에녹사파린 미국특허 --

 

에녹사파린(Enoxaparin) 주사제는 사노피 아벤티스가 보유하고 있는 블록버스터 의약제품 중 하나입니다국내에서는 크렉산주로, 미국에서는 로베녹스(Lovenox)로 시판 중인데, 관련 신문기사에 따르면 미국내 로베녹스의 연매출이 2 billion 달러가 넘는 거대품목이라고 합니다.

 

에녹사파린은 보통의 헤파린보다 작은 특정범위의 저분자량 헤파린으로 제조되는데, 통상 LMWH (Low Molecular Weight Heparin) 주사제라고 합니다.

 

사노피 아벤티스는 1980년대 초반부터 LMWH 제제를 개발하여 1987년에 유럽에서 제품을 출시하였습니다. 그러나, 1990년에 위 제품에 대한 유럽특허 제40,144호가 무효로 되자, 아벤티스는 새로운 제형(new formulation)을 개발하면서 제제학적 안정성 증가라는 효과를 주장하여 신제형에 대해 미국특허 제5,389,618호를 획득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사노피 아벤티스는 1993년 신제품에 대해 성공적으로 허가를 받아 시판하고 있던 중 Teva 등 제네릭사가 2003년 위 제형에 대한 특허존속기간 중 품목허가신청(소위 Paragraph IV ANDA)을 함으로써 특허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위 특허분쟁에서 흥미로운 점은, 새로운 제형이 구제형에 비해 제제학적 안정성이 뛰어난지 여부가 아니라특허권자가 자신이 주장하는 제제안정성 효과를 입증하는 실험데이터를 정직하게 공개하였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는 것입니다

 

소송과정에서 아벤티스 연구자가 신구제형의 비교실험 결과 신제형의 제제안정성이 크게 개선되었다는 결과만 제출하였을 뿐 정작 중요한 비교실험의 대비용량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특허권자가 비교실험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조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본인에게 불리하게 해석될 수 있는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유리한 데이터만 선별하여 제출하였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미국특허청은 일부 실험데이터에 기초하여 제제 안정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고 효과를 인정하여 신제형에 대해 특허를 허여하였습니다. 그러나 위 특허소송에서 진실이 드러나자 미국법원은 특허출원인의 정직의무에 반하는 행위가 인정되고 따라서 사노피 아벤티스의 특허는 그 효력을 상실하였다고 판결하였습니다. 특허권자가 불복하면서 미연방대법원에 상고허가신청을 하였으나 최근 그 상고신청이 기각되면서 특허의 효력 상실은 확정되었습니다따라서, 사노피 아벤티스의 특허권이 형식적으로 존재하는지, 현재 그 존속기간중인지 여부에 상관없이 에녹사파린 제네릭 제품을 발매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법은 정의에 반하는 부정직한 행위를 보호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실험데이터를 조작한 결과 어떻게 특허를 받았다고 하여도 결국 그 특허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오히려 우리나라 특허법은 제228조에 형사처벌 규정까지 두고 있습니다. , 사위 기타 부정한 행위로서 특허에 대한 결정을 받은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관련하여 대법원은 2004. 2. 27. 선고 20036283 판결에서 "사위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특허를 받은 자’라 함은 '정상적인 절차에 의하여서는 특허를 받을 수 없는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위계 기타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행위로써 그 특허를 받은 자'를 말한다"고 하였고, 대법원 1983. 12. 27. 선고 823238 판결에서는 “타인 명의의 시험성적서를 마치 자신의 것인 양 특허청에 제출하는 등 하여 특허를 받았다면 피고인의 소위는 사위의 행위로서 특허권을 받는 경우에 해당한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사위행위의 범위에는 실험데이터의 적극적 조작 행위뿐만 아니라 불리한 데이터는 제외하고 유리한 데이터만 선별하여 제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행위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위 에녹사파린 특허사건도 이러한 예로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실험데이터를 조작하거나 타인의 시험성적서를 자기 것인 것처럼 제출하는 행위는 물론 불리한 데이터는 제외하고 유리한 데이터만 선별해 공개하는 등으로 특허 등록받았다면, 그 특허는 무효일 뿐만 아니라 그 관련자들이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작성일시 : 2013.07.0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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