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판결동향

 

특허권자가 특허침해금지를 요구하는 경고장을 보내는 것은 적법한 권리행사이다. 그런데, 특허가 나중에 무효로 된 경우 특허권자가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업무방해죄로 처벌받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종전 특허권자가 특허권 행사로 인해 형사처벌을 받았던 하급심 판결들이 있었지만,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94949 판결에서 특허권자의 고의를 부정하고 무죄로 판단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상당기간이 지난 지금까지 후속 대법원 판결이 없어서 아쉽지만, 위 대법원 판결 내용을 정리해 드립니다.

 

2. 형법 규정 및 종전 하급심 판결의 내용

 

형법 제314조 제1항은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 5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판례에 따르면, ‘업무’는 사실상 범위에 거의 제한을 두지 않고, ‘방해’ 또한 그 현실적 방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일말의 위험성만 인정되어도 족하다고 보므로, ‘업무방해’ 부분은 실무상 거의 문제되지 않는다. 또한 물리력의 행사를 의미하는 ‘위력’과 타인을 속이는 일체행위를 말하는 ‘위계’도 특허권 행사와는 큰 관계가 없습니다.

 

결국, 특허권 행사로 인한 업무방해의 인정여부는 특허무효로 처음부터 특허권이 없었던 것으로 보는 경우 무효확정 전에 특허권 행사가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는’이라는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었습니다. 이제까지 하급심 법원은 무효의 소급효를 중시하여 무효로 되는 특허권에 기초한 경고장은 허위사실을 포함하고 있고 또한 이것을 당사자를 넘어서 거래처 등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면 허위사실을 전파시키는 유포행위로 보았습니다. 이렇게 판단하면 특허권자에게는 꼼짝없이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명예훼손죄도 동시에 인정됩니다.

 

3.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94949 판결

 

. 사실관계

 

대상특허에 대해 무효심판이 청구되었고 특허심판원에서 진보성 결여를 이유로 무효심결이 난 후, 특허권자가 특허법원에 제기한 심결취소소송이 계속 중인 상황이었습니다. 특허권자는 경쟁회사 A의 거래처에 ‘A가 생산, 판매하는 제품은 자신의 특허권을 침해한 제품이다‘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하였고, 자신의 홈페이지에도 이와 같은 내용의 공지문을 올렸습니다.

 

그 후 대상 특허는 대법원에서 결국 무효로 확정되어 소멸되었다. 실시자 A회사는 특허권자를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업무방해, 명예훼손, 정통망법상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였고, 수사 후 검사는 특허권자를 허위사실을 유포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여 기소하였습니다.

 

. 대법원 판결요지  

 

하급심은 허위사실 유포를 인정하여 모두 유죄로 판결하였으나, 대법원은 견해를 달리하여 무죄 취지로 원심을 파기 환송하였습니다. 대법원은 판결에서 명예훼손죄 등이 성립하려면 “적시 사실이 허위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그 사실을 적시할 때 적시사실이 허위임을 인식하여야 하고, 그 인식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다”고 판시하여, 무효의 소급효로 특허권 주장이 결국 허위사실로 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특허권자가 당시 허위사실에 대한 인식, 즉 고의(범의)를 가지고 행위를 했음을 입증하여야 한다는 판단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위 사안에서 “당시 대상 특허발명에 대한 무효심결이 있었다는 사유만으로 위 심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무효사유를 알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A회사 제품이 특허발명의 특징적 구성을 가지고 있어 특허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할 여지가 없지 않은 사정들에 비추어 당시 적시사실이 허위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진보성 결여로 무효심결이 있었고, 결국 추후 무효로 확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허위인식에 관한 검사의 입증책임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4. 대법원 판결의 실무적 의미  

 

특허권 행사 후 대상 특허가 무효로 된 경우 특허권자에게 어떤 형사책임을 지울 수 있는지를 자세하게 설시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입니다. 무효의 소급효 때문에 장차 무효로 확정된 특허권의 침해주장은 소급하여 언제나 허위사실에 관한 주장으로 귀결됩니다.

 

이와 같은 경우 법원은 무효의 소급효를 중시하는 입장이었습니다. 대법원 20094949 판결도 무효의 소급효로 인해 특허침해가 허위사실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해서 별다른 이의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특허권자가 허위사실을 인식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이제까지의 하급심 판결들과 달리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무효심결이 있었으나 확정 전이라면 특허무효를 인식했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된다는 취지입니다.

 

구체적으로 무효사유가 진보성 문제이고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소송이 계속 중이라는 점이 중요하게 고려되었을 것입니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특허권자가 강하게 특허유효를 주장하고 있었다면 특허무효를 전제로 하여 허위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고 특허권자가 부인하면 항상 고의가 없었다고 단정해서는 안됩니다. 형법상 고의는 확정적일 필요까지는 없고 미필적 고의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미필적 고의의 대상은 허위사실 유포행위에 대한 것이므로, 결국 대상 특허가 무효로 확정될 가능성, 그로 인해 특허권 주장이 허위사실이 될 수 있는 위험성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로 평가될 것입니다.

 

판례는 행위자 내심의 의사인 고의, 특히 미필적 고의를 당사자가 부인하거나 직접 증거가 없어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행위자의 행태, 전후 상황 등 정황증거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일반인의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할 때 행위자가 허위사실 여부를 용인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심리상태를 추인하여 인정할 수 있습니다.

 

결국, 수사 단계에서는 검사, 공판단계에서는 판사가 어떤 심증을 형성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참고로 예를 들면, 대법원은 허위사실유포죄 사건에서 그 소문의 진실성에 강한 의문을 품고서 공표하면 적어도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시한 사례(대법원 2002. 2. 10. 2001193 결정)가 있습니다.

 

대법원 20094949 판결 사례에서도 특허권자는 부인하였지만 검사와 하급심 판사들은 특허권자의 고의를 인정하였습니다. 특허침해 주장 시점이 무효심결이 난 이후라는 사정이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허위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다 엄격하게 보았습니다.

 

무효심결 이후 특허법원에서 심결취소소송이 계속 중으로 무효가 확정되기 전이었으므로 검사에게 허위사실 인식에 관한 증명책임을 더 엄격하게 요구하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만약, 특허권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무효 가능성을 인정하는 듯한 불리한 진술이 있었거나, 또는 그 시점이 특허법원에서도 무효로 판결된 이후에 대법원에 상고 중이었다면 달리 판단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법통계에 따르면 특허법원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되는 확률이 10%미만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무효가 거의 확정적이기 때문입니다.

 

KASAN_특허무효와 특허권의 행사로 인한 업무방해죄 책임여부.pdf

 

 

작성일시 : 2017. 7. 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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